‘웰빙 열풍’이 패스트푸드점의 메뉴를 바꿔놓고 있다. 고기, 치즈, 햄 등이 주원료인 패스트푸드점 메뉴가 ‘뚱보 식품’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고구마, 김치, 시금치와 같은 전통 식자재를 사용한 토종 웰빙 메뉴로 진화하고 있는 것. 인스턴트 식품의 대명사인 패스트푸드점에도 ‘신토불이(身土不二)’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웰빙 열풍이 메뉴 바꾼다=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트랜스지방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국맥도날드는 최근 미숫가루, 검은콩 등 곡물을 갈아 넣은 웰빙 음료 ‘오곡 쉐이크 2종’을 출시했다. 노화방지에 탁월한 검은콩과 찹쌀, 보리쌀 등이 들어간 미숫가루로 만들어져 영양가가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름기가 많은 패스트푸드 음료로 각광 받던 탄산음료를 전통적인 마실거리인 미숫가루로 대체 한 것이다. 맥도날드 측은 “탄산음료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반응을 일정기간 지켜본 뒤 정식 메뉴 채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자도 시금치·호박·고구마 등을 넣은 한국식 웰빙 메뉴로 바뀌고 있다. 파파존스는 최근 ‘스피니치 알프레도 딜라이트’와 ‘스피니치 알프레도’를 선보였다. 업계 최초로 시금치를 사용한 피자는 토핑으로 토마토, 버섯 등 우리 농산물을 사용, 한국적인 맛을 강조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호두를 토핑으로 넣은 ‘퍼프16 월넛 피자’를 판매하고 있다. 피자 도우(빵) 위에 토핑으로 호두를 통째로 올린 피자는 출시 6개월 만에 6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제빵업체인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도 단호박, 호밀 등을 원료로 한 메뉴를 속속 내놓고 있다.
◆대세는 신토불이=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신토불이 메뉴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메뉴가 쉽게 질리는 서양식 메뉴와 달리 오랫 동안 사랑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
대표적인 사례가 고구마를 주 재료로 한 피자헛의 ‘리치골드’와 ‘치즈바이트’. 2003년 5월 출시된 리치골드는 출시 6개월 만에 300만판, 1년 만에 800만판이 팔렸고, 2006년 1월 출시한 치즈바이트는 39일 만에 100만판을 돌파하는 등 업계 최초, 최단, 최다 판매량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웠다.
롯데리아도 ‘한우불고기 버거’와 ‘야채라이스 김치’ 등 버거에 불고기와 김치 등으로 속을 채운 한국형 버거를 출시,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04년 8월 출시한 ‘한우불고기 버거’는 롯데리아 매출의 7%를, 국내산 햅쌀과 표고버섯, 옥수수, 피망, 당근 등 신선한 야채를 이용한 ‘야채라이스 김치’는 매출의 5%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웰빙 바람에 패스트푸드점 메뉴가 한국형 메뉴로 바뀌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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