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경치를 보고 싶은 마음과 산길을 걸어가며 회색빛 바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유난히 설레었다. 저녁 공양을 마친후 어둠이 짙어지자 촛불에 불을 당겨 가슴앞에 두 손으로 받쳐들고 124개의 청·홍·백의 부처님 사리가 들어 있는 탑을 바라보며 소원을 마음에 간직한 채 묵언과 기다림의 의식에 빠져들면서 정말 오랜만에 편안함을 얻었다.
찬 바람이 불어 산사는 추었으나 영혼을 울리는 듯한 내 안의 목소리로 염불하는 스님의 예불 의식에 귀 기울이며 인생의 겸손함과 경건함을 몸으로 느낀다.
스님들은 초심자인 수련생들에게 평생 노력해야 하는 삶의 자세와 함께 자비롭게 보시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낮추어 남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늘 베푸는 마음으로 법을 진리의 말씀안으로 인도하고 공부도 소홀히 하지말라. 재물을 베풀고 재물이 없으면 몸(일)으로 베풀어라. 얼굴과 행동에서 남에게 밝은 빛을 주고 행동은 어질게 하여 남을 존경하고 위하면서 자기 반성을 해야한다”는 말씀은 봄을 맞이하는 내 가슴 속 깊이 각인됐다.
수행은 맑은 공기를 맞으며 아침을 여는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열매를 맺으려면 명예,권세,돈이 삶의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식만 있고 혜(慧)가 없으면 아름아리에서 벗어 나지 못하며 가지고 있는 재산도 탕진하고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한다. 새는 날개 하나로 날지 못하며 양쪽 날개를 갖추어야 잘 날수 있듯이 사람도 복과 지혜를 갖추어야 무난하고 당당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수련회 중 일생의 목표를 갖고 늘 자기를 점검하고 반성하며 노력하는 발심의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화두도 얻었다. 겨울의 끝 무렵, 1300년 고찰에서 공손한 마음으로 예를 다하고 나니 눈에는 어느새 이슬이 서려 있었다. 조용히 혼자 산사를 내려오는 길에 내 마음에는 불심과 함께 성큼 다가온 봄이 자리하고 있었다. www.rasara.co.kr
김순철 라사라패션 디자인학원 원장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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