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용광로’ 미국에서는 혼혈 출신이 분명히 강세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의 키애누 리브스는 중국과 하와이 원주민 혼혈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창력을 자랑하는 미국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어머니는 아일랜드계 미국인이고 아버지는 흑인과 베네수엘라인 혼혈이다. 이 외에도 영화배우 조니 뎁, 미스 아메리카 출신으로 모델과 영화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할리 베리와 팝가수 비욘세 놀스 등도 혼혈이다.
혼혈이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베네수엘라 브라질 멕시코 등 라틴 아메리카에서 미스유니버스 등 세계미인대회에서 입상하는 미인이 많이 배출되는 것도 주목되는 현상이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서는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종인 물라토와 백인과 인디오의 혼혈인 메스티소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로 급부상 중인 한인 혼혈 여성모델 우르슐라 메이스가 한국을 방문하면서 혼혈 한국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우르슐라 메이스는 한국인 어머니와 주한미군이던 독일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6세까지 한국에서 성장했다. 지적이면서 이국적인 용모가 풍기는 매력 덕분에 지난해 미국 주간지 피플에 의해 ‘가장 아름다운 사람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방한기간 혼혈아동 지원단체인 펄벅 재단을 방문하는 등 자선활동을 펼쳤다.
혼혈 강세 현상이 혼혈인에 대한 한국인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한국인 특유의 순혈주의적 편견은 버려야 한다. 지난해 미식 축구스타 하인스 워드의 방한 이후 혼혈 한국인에 대한 각종 대책이 마련됐지만 근본적인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외국인에 대해 지나치게 배타적인 자세도 버려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닫힌 민족주의와 인종편견을 깨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전천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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