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롯데와 전격 입단계약한 ‘풍운아’ 최향남(36)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한달 여의 표류 끝에 정착지를 찾았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기량을 맘껏 보여줄 수 있게 됐다는 자신감이 훨씬 강했다.
최향남은 21일 스포츠월드와의 전화통화에서 “SK와 계약이 잘못 되고 나서 2∼3개 팀과 협상을 벌였지만 롯데가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대한 내 꿈을 가장 잘 이해해 줬고, 열성적인 부산 팬들 앞에서 멋지게 재기하고 싶어서 롯데와 계약했다”며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려 건재를 확인시킨 뒤 내년 다시한번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최향남의 자신감은 말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향남의 계약조건은 계약금과 연봉 각 1억원, 플러스 옵션 3억원 등 총액 최고 5억원이다. 마이너스 옵션까지 계산하면 보장된 액수는 1억8000만원에 불과하고, 최소한 두자릿수 승수는 올려야 옵션을 받을 수 있다.
5억원을 다 채우려면 20승을 올려야한다. 최향남은 “지난해 트리플A에서 투구폼을 바꿨는데 20년 만에 이렇게 밸런스가 맞는 느낌은 처음이었다”며 “파워풀하고 다이내믹한 폼으로 제구보다는 힘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최향남과 협상을 한 이상구 롯데 단장도 최향남의 자신감에 놀랐다. 이 단장은 “최향남이 제시한 조건은 오히려 구단에 더 유리한 것이었다. 나중에 불펜으로 등판할 지도 모르니 2세이브와 3홀드 당 각각 1승씩을 계산해 주겠다고 했으나 자신은 무조건 선발로 뛸 것이기 때문에 그런 조건은 필요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최향남을 만난 자리에서 “강병철 감독님도 손민한에 이어 2선발로 기대가 크다”면서 2선발로 기용하겠다는 코칭스태프의 생각을 전했다.
최향남은 몸 상태에 대해서도 “준비가 다 돼 있다.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약 2주간 강원도 화천에 있는 화악산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왔다”며 “산 타는 거는 자신있다. 그만큼 체력도 다졌다”고 말했다. 대학생 후배 한명을 데리고 입산해 산기슭에서 숙식을 하며 매일 러닝 등반과 피칭을 해 왔다. 화악산은 해발 고도 1480m로 중서부에서 가장 높은 산. 영하 10도가 넘는 혹한의 산속에서 부활의 칼을 간 것이다.
최향남은 “강병철 롯데 감독님이 등산 훈련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다. 나이는 내가 제일 많을지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등산하면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자신 있다”며 23일로 예정돼 있는 선수단 합류를 손꼽아 기다렸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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