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애플이 내 놓은 ‘아이폰(iPhone, 사진)’을 내놓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이폰이란 명칭에 의아해했다. 이미 ‘아이폰’은 3주 전 시장에 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요 언론들은 “애플이 시스코 시스템즈와 명칭 사용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합의점을 찾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은 아이폰의 인기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결국 상표권 문제는 10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미국 시스코 시스템스가 자사의 제품 명칭을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외 주요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시스코는 이날 미 연방지법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아이폰이란 명칭은 지난 2000년부터 회사가 소유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스코는 지난 2000년 인포기어 테크놀로지를 3억1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이 회사가 갖고 있던 아이폰이란 명칭도 넘겨받은 것은 사실이다. 인포기어는 1996년 아이폰을 상표로 등록한 바 있어, 사실상 ‘아이폰’이란 이름의 역사는 10년이 넘는 셈이다.
시스코는 약 6년여 동안 상표를 거머쥐고 있다가, 3주 전 자회사인 링크시스(Linksys)를 통해 아이폰( 사진)이란 상표를 내걸고 VoIP(인터넷)폰을 내 놓았다. 링크시스가 내 놓은 제품은 스카이프 폰 4종, 야후 보이스메신저 폰 1종, SIP 폰 2종 등 모두 7가지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애플이 지난해 중순부터 양사는 상표 사용에 대해 협상해왔으나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게 시스코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애플이 아이폰이란 명칭으로 제품 출시를 강행했고, 시스코는 소송으로 맞대응하게 됐다. 다만 시스코와 애플은 이 문제로 지난 몇 주간 접촉해 온 것으로 밝혀 최악의 경우를 피하고, 원만하게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폰 상표 논란는 이미 예견된 것 = 아이폰 명칭 논란은 지난달 14일 ‘기즈모도(http://www.gizmodo.com)’라는 한 유명 블로그가 글을 올린 뒤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브라이언 램(Brian Lam) 기즈모도 운영자는 당시 ‘아이폰이 월요일에 출시됩니다(Gizmodo Knows: iPhone Will Be Announced On Monday)’는 제목으로 단 한 줄짜리 글을 올려 큰 화제가 됐었다. 결국 정확히 월요일 날 애플이 아니라 링크시스로부터 아이폰이 출시됐다. 속칭 ‘낚시성 글’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뉴스였다.
해외 주요 언론들 역시 링크시스 아이폰 신제품 출시 기사를 다루면서 “애플이 아이폰이란 명칭을 피해 어떤 상표를 제시할 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아이폰’ 상표를 강행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애플은 그대로 출시하는 초강수를 택했다. 유사 경쟁사에서 신제품까지 출시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애플은 비틀즈 음악 전문 회사인 ‘애플(Apple Corps)’사와 로고 및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오래 전부터 맞소송을 진행해 왔다. 1980년 음반회사 애플이 소송을 제기한 후 “음악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1차 소송을 취하했다.
1989년에는 애플이 매킨토시를 출시하면서 소송에 또 휘말렸다. 결국 1991년 애플은 “매킨토시 음악작곡 기능을 제한한다”는 조건 하에 2650만 달러를 건네고 2차 소송에 합의했다.
2003년에는 애플이 아이튠즈를 내 놓자 음반회사 애플이 3차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당시 합의에는 온라인 음악사업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맞섰다. 지난해 5월 영국 법원이 컴퓨터 제조사 애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음반회사 애플은 이번 판결에 불복, 항소를 진행하고 있어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애플은 그 동안 온라인에서 들을 수 없었던 비틀즈 MP3 서비스와 관련, 애플사와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온라인에서 비틀즈 음악을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첫 사례가 된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부 서명덕기자 md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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