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과학 발달의 변천에서 돋보이는 발상의 전환 한 가지를 소개한다.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문명에 관한 이야기에는 경이로운 것들이 많이 전해오고 있다. 그 중 하나로 고대 이집트인은 지구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가. 이에 대한 유물이 몇 점 이집트박물관에 남아 있다. 지구는 평평하게 생겼고 평평한 바다가 산과 들이 있는 육지를 감싸고 있다. 그러니 배를 타고 멀리 나가면 절벽에 떨어져 죽게 될 것이다. 이러한 평평한 지구모델은 기원전 5세기경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에서 논리적 사고와 관찰에 의해 조금씩 변모하게 된다. 피타고라스는 증명을 하지는 못했지만 지구가 둥글게 생겼을 것이라고 처음으로 제안하였다. 지구가 둥글게 생겼으니 유럽에서 서쪽으로 계속 항해하면 인도의 동쪽에 도달할 것이라는 콜럼버스의 확신으로 북미대륙을 발견하기까지, 신이 창조한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한 개의 행성이라는 것이 인식되기까지 100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다.
고대 이집트의 측량기술을 기반으로 평면기하학을 연구하여 정리한 학자가 유클리드인데 평면기하학에 의하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 하지만 지구본을 놓고 적도를 밑변으로 하고 두 개의 경도선을 택하여 삼각형을 만들면 내각의 합은 180도를 초과한다. 그리고 적도에서 일정거리 떨어진 경도선을 따라 두 대의 배가 북극을 향해 나란히 항해를 하면 북극에 가까워질수록 두 배의 간격이 점점 줄어드는데, 만일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모르는 선장이 이 현상을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두 배를 서로 잡아당기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평면 인식에서 곡면 효과를 상상하기는 어려운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면이 휘어진 것처럼 3차원 공간이 휘어져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우리의 공간지각 능력으로서는 상상의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을 과학적 이론의 전개에 사용한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위에서 예로 든 두 배의 항해에서 선장이 착각한 미지의 힘의 존재를 창의적 발상 전환으로 빛의 전달과정에 적용하여 일반상대성 이론을 유도해 낸 것이다. 즉 뉴턴이 이야기한 만유인력(중력)은 질량을 가진 두 물체 사이에서 생기는 힘인데, 아인슈타인은 질량의 존재가 만유인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휘게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빛은 공간을 따라 전달될 것이니 빛이 중력이 매우 큰 별 근처를 통과하면 공간이 휘어져 있을 것이므로 빛의 경로도 휘게 될 것이라는 이론을 제시한 것이다. 이 이론은 개기일식을 이용한 별의 측정에서 완벽한 이론임이 증명되었고, 그 이후로 빛도 빨려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블랙홀과 같은 별의 존재를 예견하는 이론들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아인슈타인 이후 새로이 등장한 이론은 우주공간이 다차원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은 그 끝없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공상과학 영역의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냈다. 만일 공간이 휘어질 수 있고 또한 시간을 포함한 다차원으로 되어 있다면, 미래의 인간은 새로운 과학기술 도구로 현재의 제약된 시공을 초월하여 다차원의 우주공간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주제로 다양한 SF소설이 발간되고 할리우드 영화가 제작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입을 올리는 문화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우리 주위에도 쓸 만한 과학 문화콘텐츠가 있는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조무현 포항공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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