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실제로 한 사람은 처벌하지 않으면서 자살을 교사하거나 방조한 사람을 처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운영하는 웹진 ‘시민과 변호사’(webzine.seoulbar.or.kr) 12월호 법률상식 코너에 실린 경희대 법대 김주덕 교수(변호사· 사진)의 ‘자살관여죄’를 읽으면 답을 알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중세 유럽에서 자살은 기독교 계율을 어긴 ‘종교 범죄’로 취급됐다. 자살한 사람은 교회 묘지에 매장될 수 없으며 그의 유산은 국가가 몰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생명은 개인이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법익”이란 사고방식이 자리 잡은 뒤 자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사실상 인정했다.
우리나라 형법도 자살행위는 범죄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는 것으로 봐 처벌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살 시도가 ‘성공’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실패해도 형사처벌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럼 다른 사람의 자살에 관여하는 행위는 왜 처벌 대상이 된 것일까. 김 교수는 “본인이 자살하는 것과 달리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의 생명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보호돼야 할 절대적 법익이므로, 다른 사람의 자살에 관여하는 사람을 위한 독립된 처벌 규정을 두게 됐다는 것. 자살을 도우려다가 미수에 그친 경우도 자살관여죄의 미수범으로 처벌된다.
만약 함께 자살하기로 합의하고 자살을 시도했는데 한 사람만 살아남으면 어떻게 될까. 자기는 자살할 의사가 없음에도 상대방을 속여 자살하기로 한 뒤 상대방만 자살하게 한 경우 ‘위계에 의한 살인죄’에 해당한다. 정말 같이 죽을 의사로 함께 자살을 시도했으나 자기 혼자 살아남았다면 ‘자살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인터넷 사이트가 자살행위 미화, 독극물 구입 및 사용법 소개, 자살 ‘동반자’와의 연결 등에 악용되고 있다”면서 “관계기관에선 이러한 자살 사이트를 철저히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부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bodo@segye.com, 팀블로그 http://in.segye.com/bodo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