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건강을 위해 비싼 돈(100만 원 내외)을 들여 제대혈을 보관해도 정작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혈액학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등은 성명을 통해 “제대혈 이식은 백혈병 치료의 주요한 과학적 방법”이라고 최근 밝혔다.
제대혈 이식은 백혈병 등 소아암 치료에서 기존의 골수 이식을 대체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게 학계의 의견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300건이 넘는 제대혈 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제대혈이란 산모가 출산 때 탯줄에서 나오는 탯줄 혈액을 말한다. 이 혈액에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을 만드는 조혈모세포와 연골, 뼈, 지방, 근육, 신경 등을 만드는 줄기세포가 다량으로 들어 있어 난치병 치료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제대혈 이식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는 백혈병, 소아암과 같은 암과 재생불량성 빈혈 등이 있으며 당뇨, 척수손상, 치매, 뇌졸중, 퇴행성 관절염,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6개 제대혈 보관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13만8548유닛(단위)이 제대혈 은행에 보관돼 있다.
제대혈 이식수술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9000여 건의 제대혈 이식이 이뤄졌으며, 국내에서도 300건이 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항암치료, 골수 이식을 대체하고 있다.
차병원 제대혈 은행 아이코드 관계자는 “제대혈 이식은 골수이식을 할 때 자신과 일치하는 조직을 찾는 과정에서 허비되는 시간과 비용을 보완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대혈 이식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국내 16개 업체의 제대혈 보관은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대혈은행 표준업무지침’에 의해 이뤄진다.
지침에 따르면 제대혈 채취 36시간 이내에 신선한 제대혈만 냉동보관하도록 권장하고, 일정 기준 이하(처리 전 제대혈의 세포생존율이 80% 이하인 경우 등)의 제대혈은 폐기해야 한다.
제대혈보관은행 메디포스트 셀트리 관계자는 “제대혈의 처리 및 냉동보관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시스템이며, 이를 위한 검사 등도 적절한 가이드라인 하에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대혈 보관은행 직원이 제대혈이 담긴 팩을 살펴보고 있다. |
그러나 업체가 난립하면서 제대혈 보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어 업체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제대혈 은행을 선택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업체의 기술력, 실제 이식수술 여부, 재무 안전성 및 기술력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확실한 보관과 관리만이 냉동 보관해 놓은 제대혈의 효능을 보증하는 것”이라며 “제대혈 은행에 보관된 유닛을 국가가 전담해 관리하는 내용의 법안이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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