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서지수(STX SouL)는 요즘 ‘도전 인생’을 살고 있다. 21살의 여성이 게임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선수 숙소에서 하루 종일 게임 연습에 몰두하며 인생을 걸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가족이 그립고, 친구와의 수다가 아쉽겠지만 ‘프로 게임에서 살아남기’라는 단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그야말로 ‘올인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여자 나이 21살. 한창 미래의 핑크빛 인생을 꿈 꿀 때이지만 게임계에서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벌써 프로에 입문한 지 5년. 그동안 여성 게이머로서는 성공했다. 라이벌이 없을 정도로 서지수 일인천하를 누렸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인기가 시들해진 여성게임대회가 유명무실해지면서 대부분 남성들이 참가하는 프로리그에 뒤늦게 참가했지만 그들과의 실력차이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회 막급이다.
구리여고 시절 우연히 WCG(월드 사이버 게임스) 대회에 참가해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게임계에 데뷔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프로리그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자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후회할 시간도 없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나 자신이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앳된 외모와 달리 각오는 남다르다. 참으로 옹골차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직 프로리그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스타로 대접받는 것이다.
“게임에 인생을 걸었다.”라는 그녀의 표정은 비장했다. 하지만, 바닐라비 풍의 의상을 입은 그녀도 사진기자 앞에서는 잠시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테란의 여제’인 그녀의 좌우명은 ‘잔잔한 바다에서는 훌륭한 뱃사공이 될 수 없다.’라는 것이다. 평범한 삶에서는 자신이 이룩하고자 하는 꿈을 성취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앞만 바라보면 외롭게 가고 있는 그의 모습과 제법 잘 어울린다.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여고 1학년이던 2001년, 우연히 TV를 보다 WCG 스타크래프트 여자부 예선에 출전해 2:0으로 승리했다. 그것이 데뷔전이었다.
하지만, 여성 게임계는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존재조차도 없을 정도다. 스타도 없고, 여성 리그도 없다는 지적이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 그녀의 소망은 여성 e스포츠계를 활성화하는데 앞장서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의 소명이기도 하다.
그녀의 성공모델은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다. 임요환처럼 e스포츠계에 한 획을 긋자는 것이 그녀의 바람. 당장은 일반부에서 1승을 거두는 게 목표지만, KeSPA 랭킹 1위에 오르고, 슈퍼파이트 메인 매치에 초대받는 등 에이스급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
“5∼10년 후를 내다보고 있어요. 두드리면 길은 열린다는 말을 믿고 있지요.”
처음에 그녀가 선호한 종족은 프로토스였다. 그의 아이디가 ‘ToSsGirL’인 것도 그 이유다. 테란으로 종족을 바꾼 이유는 저그를 상대하기에는 프로토스로는 부족했기 때문. 저그 상대로는 테란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프로게이머이기에 앞서 그녀는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하고 ‘비욘세’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나’의 음악을 좋아하는 영락없는 젊은이다.
“툼레이더를 재밌게 봤어요. 크리스티나 아길레나는 파워풀한 무대매너가 매력적이죠.”
그녀의 연애관은 어떨까.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많은데 애인은 없다.”라고 대답한다. e스포츠계의 홍일점이다 보니, 조금만 남자선수들과 친해보이면 스캔들로 이어져 조심스럽단다.
그녀는 요즘 슈퍼파이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명 매치인 이번 경기의 파트너를 마음속으로는 결정했으나 아직 공개할 수는 없단다.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어문계열을 전공으로 평범한 여대생이 되었을 거예요. 대학생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학업은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여성 게이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뼈를 묻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 조금은 섬뜩한 조언을 했다.
문득 서른 살의 서지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아마도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무엇을 하든 열정만큼은 사라지지않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고요.”
황금돼지해라 불리는 2007년의 꿈을 물었다. “2006년은 1승에 대한 목마름이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내년에는 1승을 거두고 싶고, 예선 통과라는 나름대로 목표를 이루고 싶습니다.”
글 김태수 편집부국장
tskim@sportsworldi.com
사진 조수연 객원기자
서지수 12월1일 性대결 슈퍼파이트
남성 프로게이머 지명 매치
서지수가 모델로 출연한 제3회 슈퍼파이트 공식 포스터. |
‘테란의 여제’ 서지수(STX SouL)가 남성 프로게이머를 지목해 성 대결을 펼친다. 내달 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인 제3회 슈퍼파이트 서지수 지명 매치가 바로 그것.
지금까지 남성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공식경기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서지수가 남성 프로게이머를 지목해 경기를 갖는 것으로, 서지수는 “슈퍼파이트 출전을 인생 최대의 기회라 생각하고 올인 하겠다”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3전 2선승제로 열릴 이 경기의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CJ미디어는 오는 24일 오후 6시 XTM에서 방송하는 ‘SF프리즘’을 통해 서지수의 지명상대를 공개한다.
지명된 프로게이머는 경기 출전을 포기할 수 있으며, 만약 5순위까지 모두 출전을 거절할 경우 서지수는 경기없이 자동 1000만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선수가 지명될지, 과연 지명선수가 출전에 응할 지가 큰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서지수는 “테란은 피하고 프로토스나 저그 중 선택할 것이다”며 “홍진호를 지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매카닉 전략이 잘 먹혀 세 종족을 아우르는 지명을 할 것이다”고 선수 지명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또 “선수 실력이 평준화되어 가장 자신있는 선수가 따로 있지는 않다”며 “최고의 선수를 지목해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검증받고 싶다”고 밝혔다.
정정욱 기자
jjay@sportsworldi.com
●서지수는 누구
출생지: 서울 은평구
출생일: 1985년 5월 21일
혈액형: O형
가족: 3녀 중 둘째(동생 탤런트 서지승)
취미: 피아노, 만화 그리기
특기: 인터넷 게임, 독서, 피아노
학력: 구리여자고등학교 졸업(2004년 2월 졸업)
아이디: ToSsGirL
주종목: 스타크래프트 테란
〈경력〉
2001년 WCG 여자부 예선 참여로 게이머 활동시작
2003년 2월 한국e스포츠협회 공식 프로게이머 데뷔
2003년 제3차 ghemTV 스타리그 여성부 3위
2004년 제1회 KBC 광주 여성부 우승
2005년 제4차 겜티비 4th 여성부 스타리그 우승
2005년 MBC게임 레이디스 스타리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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