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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록, 스크린 장악하는 ‘천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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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광록(44)은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혹자는 그를 시인이라 부를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오광록이란 배우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그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화면은 금새 가득 차 보인다. 영화를 조금이나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복수는 나의 것’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살벌한 ‘무정부주의자2’로 나왔던 그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극중 송강호를 날카롭게 쑤셔대는 칼날의 차가운 이미지처럼 그의 얼굴은 관객의 머릿속에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기억되고 있다.
최근 그가 코미디 ‘잔혹한 출근’(11월2일 개봉예정)에서 빈티 나는 럭셔리 부자 아빠로 돌아왔다. 딸이 유괴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설프지만 딸을 구하려 동분서주 하는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1962년 부산 태생인 오광록은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돌아다녔다. 글쓰기를 좋아했다는 그는 16살 무렵, 문득 시인이나 저널리스트가 되야겠다는 꿈을 가졌다고 한다.
“신문 컬럼이나 사설을 주로 많이 읽었어요. 그땐 사회 비평에도 관심이 많았지.”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은 재수 시절 찾아왔다. 명동 근처 삼일로의 창고극장에서 배우예술원 과정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덜컥 배우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영일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연극과 무용을 좋아했던 것이 이유였다.
“남호섭 시인이 제 고교 2학년 때 가장 친했던 친구입니다. 그 친구가 재수 시절에 나보고 배우예술원 과정을 뽑는다며 연극하면 어울릴 것 같다고 그래요. 그래서 한번 도전했던게 지금까지 온 거예요. (웃음), 참 누이 영향도 무시할 수 없죠. 시집가시기 전까지 영화랑 연극을 꾸준히 하셨거든요.”
당시 창고극장으로 찾아온 오광록의 동기로는 명계남과 박용수 등이 있다. 당시가 1981년, 배우예술원 1기로의 생활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막내로 잡일들을 해가며 배우 수업을 들었던 그는 당시 ‘스승님’들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오광록을 가르쳤던 당시 스승은 한국 연극계의 거목들인 이해랑, 김동원, 이원경(당시 창고극장 대표였다) 등이었다. 막내로 극단에 남은 오광록은 1년 뒤 1982년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데뷔를 했고, 연극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가 없었다면 거기서 못 버텼을 거예요. 물론 좋은 스승님을 만난 덕택도 있었죠.”

변변한 시집 하나 없지만, 오광록은 분명 ‘시인’이다. 연극인이라고는 하지만 오광록은 그동안 1년에 고작 한두 편의 연극에만 출연해 왔다. 대신 그는 시집과 시로 20대 시절을 보냈다고 할 만큼 시에 파묻혀 있었다.
“20대에 삼청동에서 시를 쓰면서 지냈는데, 현실과 이상의 경계가 무너진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배고프면 밥 먹고 아무 때나 잠들고 책을 읽었어요. 그렇게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있다 보면 외출해 있던 내 정령들이 내게로 돌아옵니다. 삼청동을 산보할 힘이 생기고, 멀게는 경복궁, 한 달이 지나면 인사동까지 갈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시를 쓰게 되었어요. 시는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내게 나타나는 거예요.”
최근 영화에만 전념한 나머지 무대는 멀리했다는 그는 올해는 꼭 무대를 서보려고 했지만 기회를 내년 뒤로 미뤄야 했다.
“무대에 서지 않은 게 벌써 4년이 됐네요. 하지만 무대를 떠난 것이 꼭 영화 때문만은 아니에요. 내년엔 꼭 무대에 설 겁니다.”
또 그는 내년엔 틈틈이 써놓은 시를 모아 시집도 내보겠다는 계획도 잊지 않았다.
글 홍동희 기자, 사진 조수연 객원기자

mystar@sportsworldi.com







●영화 ''잔혹한 출근''리뷰
유괴범 딸이 유괴당한 ''황당 설정''






이제 충무로에는 ‘김수로표 코미디’란 신장르가 어색하지 않다.
어느덧 조연이란 꼬리표보다는 주연이란 타이틀이 더 어울리는 김수로. ‘흡혈형사 나도열’에서 보여준 특유의 웃음법칙은 ‘김수로표 코미디’로 이어졌다. 조연으로 다년간 쌓아온 연기경험과 타고난 유머 감각이 더해진 그만의 웃음 법칙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툭’하고 튀어나오는 개그적인 상황들이다.
‘흡혈형사 나도열’이 괴기영화와 코미디의 결합이었다면, 김수로의 새영화 ‘잔혹한 출근’은 서스펜스와 코미디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유괴를 소재로 다룬 ‘잔혹한 출근’은 기존 ‘유괴 영화’들의 상식을 뒤엎는다. 주식투자로 가산을 탕진한 평범한 샐러리맨 동철(김수로)과 만호(이선균)는 엄청난 사채 이자를 갚기 위해 어설프게 여고생 태희(고은아)를 유괴한다. 하지만 같은 시각 동철의 어린 딸도 유괴를 당하고 유괴범으로부터 돈을 요구받는다.
‘유괴범의 딸이 유괴를 당했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잔혹한 출근’의 주요 모티브. 초반 김수로의 ‘원맨쇼’에 기대며 웃음을 유발하던 영화는 점차 ‘유괴 영화’의 본연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코믹과 서스펜스의 결합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초반 웃음이 점차 비극으로 변해가야 하는 영화적 현실 때문이다.
실업문제와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비애를 주제로 얼버무리려 한 기획의도는 의미 없는 웃음만을 유발하고 있는 작금의 코미디 영화 현실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겠지만, 결과물은 처음 의도와는 조금 달라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11월2일 개봉.
홍동희 기자
mystar@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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