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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범의 논리적으로 말하기]말끝 흐리는 습관

입력 : 2006-10-23 13:24:00 수정 : 2006-10-23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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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사 전달 잘 안되고 오해 소지 남겨
말 뜻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해 줘야
“초콜릿은 설탕이 많이 들어가고 달아서…”
말을 하다 말끝을 흐리며 문장을 마치는 아이들이 많다. 이처럼 말끝을 흐리면 설탕이 많이 들어 있고 달콤해서 초콜릿이 좋다는 것인지 싫다는 것인지 정확한 의사를 알 수 없다. “오늘 시험 잘 봤니?”라는 엄마 질문에 “공부했던 문제에서 많이 나왔는데 문제를 잘 못 봐서...”라고 대답한다면 시험을 완전히 망쳤다는 이야기인지 문제를 잘 못 봐서 아쉽게 한 개가 틀렸다는 것인지 제대로 알수 없다.
우리말은 영어와 달리 서술어가 뒤에 배치되고 말끝을 흐림으로써 말의 내용 자체가 많이 달라지곤 한다. ‘있다/있지 않다, 잘 봤다/잘 보지 않았다, 예쁘다/예쁘지 않다’ 등 마지막 음절까지 잘 들어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주어와 목적어까지는 이야기를 잘하다가도 마지막 부분(있다/있지 않다)에서 말끝을 그냥 흐려버리곤 한다. 본인이 말한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서 수습할지 몰라서 또는 그냥 습관적으로 말끝을 흐려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이 말끝을 흐리는 언어 습관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도를 분명하게 전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많은 오해의 소지를 낳을 수 있다. 자신감이 없어 보여 듣는 이에게 신뢰를 주기도 힘들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자 스스로가 어떤 의지나 각오를 밝히면서도 일을 해내야겠다는 의지나 확신이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식석상에서의 발표, 입학시험 인터뷰, 구술 면접시험 같은 공식적인 말하기 평가 자리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제 말하기는 그 사람의 능력을 재는 중요한 척도가 됐다. 컴퓨터와 전자 매체가 발달하고 중요한 몇 가지 단어로 의사를 전달하는 CMC(컴퓨터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 사회가 됐다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정확한 문장으로 말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와 신뢰를 받는다.
혹시 자녀가 말을 끝까지 정확하게 하지 않거나 축약해서 대충 말해 버리는 습관을 갖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줘야 한다. 가끔씩은 아이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여 아이 스스로 말끝을 흐릴 때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자각하도록 하자.
또 말끝을 흐리면 말의 내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명한 이유를 알려주고 실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터득하게 해야 한다. 서술어를 뒤에 사용하기 때문에 끝까지 말하지 않으면 긍정인지 부정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 부정어나 긍정어, 동사, 형용사가 문장의 맨 끝에 오는 서술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때도 일방적으로 윽박지르거나 지시하는 것은 금물이다. 왜 말끝을 흐리면 안 되는지, 말끝을 흐리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서 아이 스스로 말끝을 흐리지 말아야겠다는 목적의식(동기부여)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아이가 말끝을 분명히 해야 하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각한다면 말끝 흐리는 습관은 생활 속에서 어려움 없이 고칠 수 있다.
말은 자신의 생각을 담는 매체이다. 자신의 말을 끝까지 마무리 지으며 스스로 말의 내용에 자신감과 확신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말끝을 흐리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까지 흐리고 흔들리게 만든다. 말끝을 흐리는 언어 습관은 생각과 마음이 무한히 커 나가는 어린 시절에 꼭 잡아주자.

이혜범 전 아나운서, 커뮤니케이션 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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