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면 병… 방치땐 퇴행성관절염 등 초래 어린아이의 다리가 O자나 ×자 모양으로 휘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릴 때는 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아의 휜 다리를 방치하면 어른이 된 후 퇴행성관절염을 앓거나 경골 내반증 등 다른 질환을 키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휜 다리란 다리의 뼈 자체가 휘거나 뼈들의 정렬이 잘못된 결과로, 무릎을 사이에 두고 넓적다리에서 정강이뼈로 이어지는 축이 일직선에서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양 다리를 모으고 똑바로 섰을 때 무릎은 붙고 발목 안쪽 복사뼈는 벌어지는 다리를 ×형 다리라 하고, 반대로 발목의 양쪽 복사뼈를 붙인 상태에서 무릎 사이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지는 경우를 O형 다리라고 한다.
성장기 아동은 정상적인 발달과정에 따라 약 18개월까지는 O형 다리를 보이며 이후 점차 다리가 ×자 모양으로 변형된다. 4세쯤에는 ×형 다리가 가장 심해지며, 좀더 성장하면서 6세쯤에는 성인과 유사한 다리 모양을 보인다. 따라서 이 기간 중에 다소 휜 다리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정상적인 과정과 다른 형태의 변형 과정을 보이거나 양쪽이 비대칭인 경우, 보행 시작 시기가 빨랐거나 비만 등인 경우는 세부 진찰이 필요하다.
심한 O형 다리는 관절에 미치는 부담이 증가하면서 관절의 퇴행성 변화를 가속해 결국 일찍부터 관절염을 겪을 수 있다.
특정 질환의 증상으로 다리가 휘는 경우도 의심해 볼 수 있다. 양쪽 다리가 아주 심하게 휘었거나 비대칭으로 휜 경우, 만 2살이 지나서도 좋아지지 않고 점점 심해지는 경우, O자형 다리와 더불어 자기 또래에 비해 키가 아주 작은 경우 등에서는 병적인 원인으로 인한 휜 다리일 가능성이 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유아기 경골 내반증은 성장하면서 O자형 다리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비타민 D 결핍으로 인한 구루병 혹은 골간단 이형성증에 걸려도 다리가 휘는 증상이 나타난다.
걸을 수 있는 아이를 업어서 키우는 것은 O형 다리를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또 너무 일찍부터 보행기를 태우는 것도 성장판에 비정상적인 부하를 주어 O형 다리를 유발할 수 있다. 기저귀를 채울 때도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도록 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정형외과 박건보 교수는 “다리의 휜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무릎 부위의 성장판을 고정해 일시적인 성장 억제로 각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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