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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상간 원조가 된 오이디푸스―친 어머니와 행복한 결혼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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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10-09 00:00:00 수정 : 2006-10-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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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사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정과 우연의 역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운명의 질긴 끈은 인간의 운명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 가는 것일까? 우리가 살아온 날을 돌아보면 수많은 선택들이 우리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했다는 경이감에 놀라곤 한다. 조금만 오차가 있었어도 지금의 나는 아주 달라져있을 것이다.

만일 라이오스가 오이디푸스를 그 자리서 죽였더라면, 아니면 그를 자신의 자식으로 궁에서 키웠더라면 어쩌면 자식의 손에 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또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운명의 여신은 그의 운명을 요리 조리 끌고 가서 그 신탁을 적중하게 만들었으니 인간이란 비극적인 숙명을 타고 나는 것인가 보다.

오이디푸스의 친 아버지 라이오스는 테베의 왕 라브다코스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한 살 때 아버지를 잃는다. 그는 어린 탓에 외가 쪽의 리코스가 섭정을 맡게 되었고, 그는 리코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난다. 그러나 그가 어른이 되었을 때 암피온과 제토스에게 왕권을 빼앗기고 피사에 있는 펠롭스의 궁전으로 망명한다. 그러던 중 배은망덕하게도 라이오스는 펠롭스의 아들 크리시포스를 유괴한다. 그러다가 테베로 돌아온 라이오스는 메노이케우스의 딸 이오카스테와 결혼한다.

그런데 은혜를 원수로 갚은 저주를 받은 탓인지, 그는 자식을 두지 못한다. 그러자 그는 신탁을 받으러 간다. 그러자 예언인즉 이오카스테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자기를 죽일 것이니 아이를 낳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그의 아내는 아이를 낳게 되고, 두려움을 느낀 그는 아내가 아들을 낳자 굵은 못으로 아기의 발꿈치를 뚫어 키타이론 산에 버리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기를 버리라는 명령을 받은 테베의 양치기는 왕명을 어기고 그 아기를 코린토스의 양치기에게 넘긴다. 그들은 아기를 코린토스 왕인 폴리보스한테 데려간다. 아들이 없던 왕은 이 아기를 양자로 삼고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오이디푸스는 양자로 자라면서 자신의 친 아버지인 줄로만 안다.

어느덧 어른이 된 오이디푸스는 어느 날 어느 연회에 참석한다. 그는 그 연회에서 자기가 폴리보스의 친아들이 아니라 사생아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자 그는 진실을 알기 위해 델포이의 신탁을 물으러 간다. 그 결과 자신이 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신관들은 그를 두려워하여 델포이에서 추방한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폴리스 왕과 메로페 왕비를 친부모로 믿고 있었으므로, 코린토스에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결심한다. 그는 그 대신에 보이오티아로 향한다. 그러던 도중에 어느 십자로에서 그는 마차를 타고 있는 낯선 사나이와 일행과 맞닥뜨린다. 그 마차 일행은 바로 그의 친 아버지인 라이오스 왕의 무리들이었으나 그가 알 리가 없었다. 라이오스의 마부는 그를 향해 외친다.

“길을 비켜, 이 촌놈아!”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꼼짝 않고 서 있는 것이다. 그러자 마부는 수레바퀴로 오이디푸스의 발을 치면서 그대로 돌진한다. 그렇게 오이디푸스를 옆으로 지나가면서 오이디푸스를 채찍으로 때리기 까지 한다. 화가 날대로 난 오이디푸스는 도망친 하인 한 사람만 제외하고 그 일행을 모두 죽여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라이오스는 그가 아들인지도 모르고 결국 예언대로 아들의 손에 죽고 마말았고, 이를 알리 없는 오이디푸스는 여행을 계속하여 테베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그가 그 곳에 도착했을 때, 그곳 사람들은 아주 큰 슬픔에 잠겨 있었다. 테베를 다스리던 라이오스 왕이 테베에 전염병을 퍼뜨린 스핑크스라는 위험한 괴물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 지를 신탁을 묻기 위해서 델포이로 가던 중에 살해당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자기가 죽인 사람이 라이오스라는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단지 용감하고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스핑크스라는 괴물과 상대해 보고 싶었다.

스핑크스는 자기만의 멋진 수수께끼 하나를 낸 후 알아맞히면 자기가 죽고, 못 맞추면 여지없이 그 사람을 먹이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수수께끼란 “아침에는 네 발, 낮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데, 네 발로 걸을 때가 가장 약한 것이 무엇이냐”라는 것이었다. 라이오스가 죽자 그의 처남 크레온이 섭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자기의 아들도 스핑크스에게 잃고 난 후인지라, 테베에서 전염병을 몰아내는 사람에게는 왕위는 물론 자기 누이동생인 이오카스테까지도 주겠노라고 공고한다.

공교롭게도 오이디푸스가 나서서 수수께끼의 해답을 맞힘으로서 스핑크스를 퇴치했으니 이 얼마나 기막힌 운명이란 말인가! 그렇게 하여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위를 얻었을 뿐 아니라 왕비였던 이오카스테를 아내로 맞게 되었다. 결국 델포이의 신탁은 이루어졌고, 그는 이미 아버지를 아버지인 줄 모르고 죽였으며, 이번에는 어머니인 줄 모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아들인지 알리가 없었으며, 오이디푸스 또한 그녀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인줄은 꿈에도 알 리가 없었다.

이 슬픈 운명을 타고난 우리의 오이디푸스는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하지만 스핑크스가 사라진 이후 테베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을 유지했으며,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이오카스테도 오이디푸스의 남자다움과 용기에 반하여 행복한 생활을 한다. 그녀의 오빠인 크레온이 뒤에서 오이디푸스를 잘 도와주고 있었으므로 그들은 행복한 신혼의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들 사이에서는 두 아들,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를 두었고,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라는 예쁜 두 딸을 낳았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는 계속해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인지는 델포이의 신밖에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신외에는 그들이 모자지간인지 알 사람이 없었으니, 테베는 평온하기만 했다. 하지만 순리가 아닌 것은 언젠가는 뼈 아린 아픔으로 다가올 것이니,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계속하기로 한다.

[필자 책소개]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필자 무료 강연 안내
·주제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과 <어린왕자>
·일시 : 2006년 10월 14일(토) 오후 4시
·장소 : 서울 종로점 플랜티어학원 501호
·문의 : 서점 반디앤 루니스 종로타워점<02) 2198-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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