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리차르의 황금사원과 공원에서 인도인들과 함께.
침대에 누워 가이드북을 보다가 암리차르의 황금사원을 봤다. 황금사원의 사진을 보자마자 너무 가고 싶은 맘이 생겼다. 결국, 그 한 가지 이유로 갑자기 나의 계획은 수정이 되어 북쪽으로 가려던 맘을 접고 맥그로드간즈에서 바로 암리차르로 발길을 옮겼다.
맥그로드간즈에서 암리차르로 가는 버스는 딱 1대다. 그것도 다람살라에서 새벽 5시에 한대라서 새벽 4시에 맥그로드간즈에서 다람살라로 가는 것을 꼭 타야한다. 암리차르로 떠나는 날 새벽 2시부터 짐 싸고 버스 타러 나오는데 그 새벽의 적막함. 무섭기까지 하다. 다람살라에서 암리차르까지 5시간 정도 걸리며 동네마다 다 서는 로컬버스라서 사람도 많고 자리도 편하지 않다.
황금사원은 시크교인들이 찾는 곳이다. 때문에 암리차르에서는 터번을 두른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발을 벗고 머리카락을 가려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규칙이고 외국인에게는 아니지만 시크교인들에게 또 하나 큰 규칙은 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인공호수에서 목욕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 호수 아래에 신이 산다고 믿는다.
황금사원은 낮에도 번쩍번쩍 멋있지만 밤에 조명까지 켜지면 그 아름다움이 몇 배가 된다. 사원 밖에서는 사진촬영이 가능하지만 안에서는 절대 할 수 없다. 사원에서는 하루 종일 찬송가 같은 시크교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원 안에 들어가 보기 전엔 그냥 종일 틀어 놓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연주부터 노래까지 다 라이브였다. 아~ 놀라워라!
황금사원에는 외국인을 위한 무료 도미토리 Sri Guru Ram Das Niwas (스리 구루 람 다스 니와스) 가 있다. 한 푼이 아쉬운 배낭여행 중에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나올 때는 기부금을 좀 내고 나와야 한다. 내가 갔을 땐 도미토리가 마땅치 않았는지 다른 더블룸을 주었는데, 정말 더웠다. 팬이 돌아가도 따뜻한 바람을 일으켜 온풍기 역할을 해 주었고, 관리하는 이들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창문과 문을 꼭 닫게 했다. 그냥 있어도 더운데 숙소에 그러고 있을 땐 정말 정신이 혼미해진다.
숙소 바깥쪽에는 사원에서 운영하는 음료수 파는 곳이 있는데 10루피 정도하는 병 음료수를 5루피에 사먹을 수 있다. 그래서 싼 맛에 신이 나 이곳에 머무는 내내 물보다는 탄산음료를 많이 마셨다.
암리차르는 다른 도시에 비해 외국인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인지 유독 말거는 사람도 사진 찍자는 사람들도 많았다. 암리차르에 머무는 내내 악수도 많이 하고, 이름 소개는 100번도 더 한듯하다. 물론 사진도 많이 찍고.
많이 덥고, 더워서 잘 먹지도 못해 여행이 힘들었던 도시 중에 한곳이었지만 멋진 황금 사원과 주춤주춤 다가와 함께 사진찍자고 수줍게 말하던 인도인들을 생각하면 다시 가고픈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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