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달에 착륙한 1969년 전남 여수에 사는 박치기 대장 영래(박지빈)가 주인공. 구리무(밀수 화장품)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엄마(신애라)와 단둘이 살아가지만 아빠가 없는 것만 빼면 꿀릴 것 하나 없는 개구쟁이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빠가 서울에 살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빠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어린 영래 생각엔 아빠만 있으면 “애들이 안 놀리고, 엄마도 악다구니 쓰면서 이웃 아줌마들이랑 안 싸우고, 학교 육성회비도 안 밀릴 것” 같기 때문이다. 엄마 몰래 아이스케키 장사에 나선 건 상경할 차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아이의 얼굴’을 가진 아역 박지빈은 뉴몬트리올 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자답게 자연스러운 몰입을 이끈다. ‘안녕, 형아’에서와는 달리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을 밝게 표현해낸다. 그는 아이스케키가 여자 아이들 치마 들추는 걸로만 알던 1995년생이다. 극중에선 천연덕스럽게 친구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먹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절대 먹지 않을 것”이라며 도리질치는 전형적인 요즘 아이다. 그렇지만 그의 부모나 연출진들로부터 들은 귀동냥으로 그 시절 아이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 대목이 함께 영화 보러온 부모와 자식이 조우할 수 있는 포인트다. 부족한 옛날을 그리되 현재에서도 ‘가지고 싶지만 가지지 못했던’ 기억을 건드려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사투리 경연대회 수상자로부터 교습받았다는 전라도 사투리도 영화의 주요 웃음코드로 작용한다. 영상원 출신인 여인광 감독은 단편 ‘운동회’ ‘으랏차차’를 통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실력파. 연기 경력 17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한 신애라는 브라운관에서의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와는 달리 천연덕스럽게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변신에 성공했다. 그녀는 부스스한 헤어스타일에 토악질하는 연기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영화배우로 안착했다.
‘아이스케키’는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부모와 자식의 관계엔 공감을 불어넣어 주는 영화다. 영화관을 나서는 발걸음이 괜히 가벼워지는 게 아니다.
신혜선 기자 sunsh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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