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표팀은 지난 15일 미국전 대패(63-116)를 포함해 4전 전패로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 대회를 마감했다. 젊은 선수들을 대거 수혈한 뒤 치른 첫 국제경기에서 얻은 성적표가 그리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김민수(24·200㎝·경희대), 김진수(17·203㎝·사우스켄트고) 등 어린 선수들의 패기와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얻은 것도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농구를 이끌 차세대 선두 주자로 떠오른 선수는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 아르헨티나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김민수는 작지 않은 키에도 스피드와 탄력이 뛰어나다. 김민수는 11일 WBC 개막전에서 16득점을 올려 선배들을 제치고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경희대에서 김민수를 가르친 최부영 국가대표팀 감독은 그를 오히려 나무랐다.
리바운드와 수비 등 궂은 일을 하라고 내보냈더니 득점에 욕심을 냈다는 것. 하지만 김민수는 “기회가 오니 어쩔 수 없었다”며 쑥스러워했다. 오히려 코트에서 김민수는 끓어오르는 끼를 발산하지 못해 힘겨워하는 듯했다.
그는 기량뿐 아니라 자신감과 패기도 대단하다. 김민수는 15일 미국전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을 앞에 두고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덩크슛을 터뜨리는 등 코트를 누볐다.
17세의 ‘영건’ 김진수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 것. 김진수는 올해 미국대학농구(NCAA) 토너먼트 4강에 진출한 플로리다와 UCLA 등이 눈독을 들일 정도의 재목감이다.
선수 칭찬에 인색하다는 최 감독마저 “내가 대표팀 감독으로 있는 한 책임지고 키우고 싶다”며 애정을 표현했을 정도다.
문제는 하승진(21·223㎝·밀워키 벅스). 하승진은 터키전과 미국전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를 했지만 리투아니아전에서 적극적으로 골밑을 지켜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국 농구는 당장 오는 12월 도하아시안게임, 200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역시 가장 큰 산은 중국. 하승진이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휴스턴)의 득점력을 얼마나 떨어뜨리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따라서 대표팀 목표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하승진의 기량 발전이 급선무다. 대표팀이 이런 ‘젊은 피’에 조직력까지 가다듬는다면 ‘아시아의 호랑이’로 군림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박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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