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피곤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충혈이다. 충혈은 눈의 미세혈관들이 확장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눈이 빨개지면서 뻑뻑해지는 것은 “지금 당신은 피곤합니다. 조금 쉬세요”라는 몸이 보내주는 신호다.
과도한 업무에 지친 회사원을 설명할 때 충혈된 눈, 부스스한 머리, 다크써클 등의 표현을 덧붙이는 것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요즘처럼 ‘출퇴근 땐 DMB 시청, 회사에서 컴퓨터로 업무 처리, 집에 돌아와서 TV 보기’라는 생활 패턴은 눈의 피로감을 더한다.
피로에서 오는 충혈은 대부분 하루 정도 푹 쉬면 낫기 마련이다. 그러나 충혈이 지속하거나 심해진다면 일단 결막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요즘 가장 많이 발병하는 유행성 각결막염은 아데노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눈병이다. 증세가 심하면 시력 저하나 눈부심을 유발할 수 있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각막혼탁이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지속하기도 한다.
잠복기가 2∼3일로 비교적 짧고, 병의 지속기간은 최소 2주 이상으로 긴 편이다. 처음에는 한쪽 눈에만 나타나지만 며칠 후에는 반대쪽 눈으로 전염된다. 주요 증상으로는 눈곱이 생기고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과 함께 충혈이 나타난다.
때로는 통증이 오거나 림프선이 부어 귀밑에 멍울이 생기기도 한다. 증세가 심하면 피눈물이 나거나 염증막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반드시 안과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염력이 강해 한 사람만 걸려도 온 집안 식구들이 걸릴 수 있으니 예방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급성 출혈성 결막염도 빼놓을 수 없는 여름 손님이다. 흔히 ‘아폴로 눈병’이라고 하는데, 잠복기가 8∼48시간 정도이고 병의 지속기간 역시 1주 정도로 짧다. 아폴로 눈병에 걸리면 눈이 충혈되거나 눈곱이 생기는 일반적인 증상 외에도 결막에 충혈이 심해지고 결막하에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유행성 결막염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소염제와 항생제 치료를 받으며 증세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보기 싫다고 안대를 착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눈병이 걸리면 방어작용으로 눈물과 눈곱이 배출되는데, 안대가 이런 배출을 막아 바이러스를 오래 머무르게 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있는 곳에서는 수건이나 비누 등을 따로 쓰고 사람이 많은 곳에는 되도록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충혈은 몸이 보내주는 가장 충실한 신호다. 누구나 쉽게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고 가장 빠르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 내 눈동자가 ‘빨간 신호’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자.
이동호 빛사랑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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