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크 고향으로 아름다운 캠퍼스 자랑
2006 독일월드컵 축구대회 때 토고와의 경기에서 월드컵 원정 첫 우승의 짜릿한 기쁨을 안겨준 도시,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고향이다. 괴테의 무수한 작품이 오늘날까지 읽혀질 수 있도록 인쇄술을 창시한 세계사 속의 인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고향은 어디일까? 프랑크푸르트에서 국철로 40여분 거리에 있는 마인츠다. 마인츠는 마인강의 물줄기가 라인강으로 섞여 드는 지점에 있다. 괴테의 명예로운 이름이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공식명(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이 됐듯, 구텐베르크의 위상 또한 마인츠대학 이름에 녹아 있다. 마인츠대의 정식 명칭은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학’이다.
◇이현지 독문학 석사과정 |
중세 시대에 대학 건물 사이사이로 도시가 들어선 하이델베르크나 프랑크푸르트와 달리, 올해로 60돌을 맞은 마인츠대는 독일 대학으로는 보기 드문 아담한 교정을 자랑한다. 마인츠대 강의실은 아담한 캠퍼스의 담장을 넘어 세계의 대학들로 이어진다. 국제대학을 표방하는 마인츠대는 독일 밖의 많은 대학과 교류를 추진하고 있으며, 재학생 또한 대학 안에 안주하기보다는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서 직접 적용하며 경험과 시야를 넓히려고 울타리 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대학과의 교류를 통한 울타리 넘기가 그저 한두 학기를 허비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학교 측은 다양한 외국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외국의 언어와 문화 등을 차근차근 배워 나가는 학생의 열정은 이곳 여름 햇살만큼이나 뜨겁다.
마인츠대에서 교육학과 정치학, 로만어를 전공하는 폴란드인 유학생 막다 마유르는 요즘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학기를 보내고 있다. 졸업논문 작성에 필요한 현장조사와 인터뷰를 위해 오는 10월 태국 방콕으로 떠나는 마유르는 3개월 동안 현지 체류비와 항공편 등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탓에 학과 공부와 병행하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만 했다. 그는 교육학과 세미나에서 다뤘던 독일인 관광객과 태국 현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실태에 관한 논문을 쓸 계획이다. 그는 6개월 동안 도서관에서 찾은 참고문헌과 인터넷에서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논문을 작성하기보다는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더욱 생생한 논문을 쓰고 싶어한다.
신학과의 한국인 유학생 박광철씨는 이번 학기에도 나흘 일정으로 고전어를 가르치는 교수의 별장이 있는 프랑스의 한적한 시골로 세미나 여행을 다녀왔다. “풍광 좋은 별장에서 지냈으나 끝없이 이어지는 강의와 토론으로 독일 강의실에서 공부하던 때와 다를 게 없었다”는 박씨의 푸념조차 낭만적으로 들린다. 오히려 학기 중 일상의 빠듯함과 팽팽한 긴장을 머금은 세미나에서조차 낭만을 드리우는 풍경이야말로 마인츠대를 포함한 독일 대학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마인츠대에서의 생활은 철저한 자발성과 적극성을 요구한다. 학생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는 대학은 끊임없이 큰 틀을 엮어가고 있지만, 그 틀을 채워가는 것은 학생 개개인의 몫이다.
질문거리를 안고 찾아간 학생에게 교수는 해답보다는 이를 찾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그 방향을 이정표 삼아 어느 길로 들어설지 고민하든, 제자리걸음을 하든 모든 선택은 질문을 던진 학생의 몫으로 남는다.
마인츠대는 선택의 순간에 주저하기보다는 먼저 한 발짝 내딛는 자발적인 용기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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