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당시 전두환 정부가 13대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해 폭파범 김현희를 선거 전에 압송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했고,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 직전 발표한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도 공안정국 조성을 위한 정략적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는 1일 국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AL기 사건 조사 결과 중간보고서와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진실위는 “KAL기 사건은 북한 대남공작조직의 공작원인 김승일, 김현희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안기부의 기획조작설과 사전인지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진실위는 그러나 “사건 발생 후 범정부 차원에서 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활용했음을 확인했다”며 “1987년 12월2일 수립된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공작(일명 무지개 공작)’ 계획 문건을 확인했고, 정부의 태스크포스 설치 내용이 든 문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진실위는 또 ‘김현희 화동(花童) 사진’의 진위에 대해 1972년 11월 평양 남북조절위원회에 나온 화동 중 북한 중학생이던 김현희가 포함돼 있었음을 입증하는 사진을 일본에서 확보해 이날 공개하기도 했다.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과 관련, 진실위는 당시 안기부의 발표 내용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확인돼 노태우 정부가 처음부터 정치적 활용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김낙중씨를 ‘36년간 암약한 고정간첩’으로, 남한 조선노동당이 전국적으로 조직된 지하조직인 것처럼 발표한 것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것으로 판단했다.
진실위는 또 조사과정에서 일부 구타와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피의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고, 변호인 접견권 등 법정 권리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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