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KAL기 사건의 경우, 당사자인 김현희와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아 핵심 의혹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최종 발표가 올 하반기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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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드러난 사실=진실위는 이날 KAL기 폭파사건과 관련, 주범인 김현희가 북한 공작원임을 입증하는 새로운 ‘화동(花童)사진’을 찾아내 ‘김현희는 안기부(현 국정원) 공작원’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진실위는 1972년 남북조절위원회 개최 당시 일본 공산당 기관지인 ‘적기(赤旗)’의 평양 특파원이었던 하기와라 료가 보관하던 총 36장 가운데 미공개 사진을 건네받아 ‘화동 소녀’ 김현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김현희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1일 국정원 청사에서 KAL 858기 공중폭파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문제의 ‘김현희 화동사진’을 공개했다. 왼쪽 위는 북한의 정희선이 3번이 김송희라고 주장한 사진. 왼쪽 밑은 하기와라 료가 ‘서울과 평양’에 공개한 사진으로 3번이 김현희라고 밝힌 사진. 오른쪽은 2006년 진실위가 하기와라 료로부터 입수한 사진으로 3번 소녀가 왼쪽 밑 사진과 동일인물로 확인. 진실위는 왼쪽 위 사진이 변조라고 밝혔다.연합뉴스 |
또 1987년 12월 2일쯤 수립된 일명 ‘무지개 공작’ 계획 문건을 입수, 당시 전두환 정권이 KAL기 폭파 사건을 집권당의 노태우 대통령 후보 승리를 위해 정략적으로 활용했던 점도 확인됐다.
진실위는 12월 10∼13일 범인 인수 시점에 맞춰 수립된 ‘KAL기 폭파사건 관련 북괴만행 규탄 궐기행사 개최계획’ 문건을 통해 안기부 주관 아래 각 정부부처가 12월 6∼13일 태스크포스를 설치, 운영한다고 명시돼 있는 대목을 찾아냈다.
‘안기부 사전 인지설’ 의혹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 같은 의혹의 핵심 근거였던 ‘사고 전 경유지인 아부다비에서 고위 외교관을 내리게 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KAL기에 탑승했다 사망한 강석재 이라크 총영사 부부를 빼고는 중동 등 주요 지역 공관장 모두가 사고일인 11월 29일 이전에 국내에 입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의 경우, 이렇다할 조작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1992년 당시 안기부가 발표한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의 총책이었던 간첩 이선실은 제주 출신의 월북자인 ‘이화선’이라는 실존 인물로 확인됐다. 또 중부지역당 역시 실재했던 조직이라는 게 진실위의 판단이다.
황인오, 최호경씨 등이 대외명칭을 ‘민족해방애국전선’으로 하는 중부지역당을 결성하고 강원도당으로 ‘조국통일애국전선’을 조직했으며 산하조직으로 ‘95년위원회’를 재편한 ‘애국동맹’을 뒀다는 사실 등도 재확인됐다.
그러나 진실위는 이들 조직 결성을 주도한 황인오, 최호경씨 등이 남한조선노동당 또는 남한 내 조선노동당이라는 단일한 조직을 결성했다고는 볼 수 없고 안기부가 이들 사건을 기계적으로 결합해 ‘단일 사건화’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김현희, 김승일 등 KAL기 폭파사건 주범들의 바레인 행적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범행 직후 바레인에서 도망가지 않고 이틀간 체류했던 점을 들어 특수공작원이 아니라는 지적을 해왔다.
또한 폭탄테러, 기상악화, 납치 등 비행기 실종원인과 관련된 의혹도 명쾌하게 풀리지 않았다. 진실위는 “‘폭탄테러에 의한 추락’으로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하면서도 블랙박스 등 핵심 물증이 확보돼야만 사고 실체 규명에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KAL 858기로 추정되는 인공조형물을 최근 미얀마 현지조사를 통해 확인함에 따라 오는 10월 잠수 작업을 통해 KAL 858기 잔해로 확인된다면 명확한 사고 원인과 진상이 규명될 것으로 진실위는 기대했다.
양원보 기자
wonb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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