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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인터뷰]GK ''리틀칸'' 김영광 부모

입력 : 2006-05-30 21:38:00 수정 : 2006-05-30 2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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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분 뛰더라도…\"조국에 영광스런 아들돼라” “굴비야, 손님 오셨다∼” 전남 순천시 조곡동의 한 아파트. 어머니는 집에 들어서자 마자 꼬리를 흔들며 쫓아 나오는 슈나우저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3년 전 어느 팬이 이름까지 붙여서 선물해 준 강아지예요. 굴비요? 영광 굴비 있잖아요, 하하.”
2006 독일월드컵축구 대표팀 GK ‘리틀칸’ 김영광(23·전남)의 집. 아버지 김홍현(49)씨와 어머니 송선희(48)씨는 거실이며 주방이며 모든 벽면을 아들의 플레이 모습이 담긴 대형사진으로 빼곡하게 채웠다. “단 1분을 뛰더라도 후회없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태극전사들의 부모와 한 마음이다.


●“아버지, 차 좀 정리해주세요.”
올 초 대표팀 해외 전지훈련 동안 어머니는 아들의 부상소식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전훈지에 가자마자 오른쪽 무릎 부상을 한 아들이 혹시라도 귀환 조치될까 노심초사였다. 어머니는 “다쳤다고 그냥 한국으로 보내버리면 사실 그걸로 끝이잖아요. 그래도 믿고 기다려준 아드보카트 감독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아들이 운동 시작하고 ‘뒷전’에 앉아 있는 걸 한번도 보지 못한 어머니는 애가 닳았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마디 꺾이고 비뚤어진 김영광의 손가락 사진, 그 손을 하고도 한 번도 벤치에 앉아본 적 없는 아들이었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어머니는 3일 금식 기도로 부상 회복을 기원했고 아들의 고통은 어느 순간 말끔하게 사라졌다. “전훈가기 전에 컨디션이 120%라며 들떠 있더라고요. 이번에 꼭 뭔가를 보여주겠다면서. 그런 경솔한 말을 못하도록 충고했어야 했는 데 그걸 하지 못한 게 어찌나 후회되던지….” 그러자 옆에서 듣던 아버지가 슬쩍 아들을 거든다. “아유, 그래도 영광이가 전훈에서 느낀 게 있었는지 돌아오자 마자 애지중지하던 차를 팔아달라고 하더라고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면서요, 허허.”



●“엄마, 감독님이 나 GK 하래.” “잘됐다, 이제 공부하자.”
어릴 때부터 개구쟁이였던 영광이는 만능 스포츠맨인 아버지를 닮았다. 강진 중앙초 5년 때 넓이뛰기를 하다 스파이크로 손가락을 밟는 바람에 인대가 끊어질 뻔한 부상을 했다. 그러다 만난 게 축구였다. 순천 중앙초로 전학 와서 맡은 첫 포지션이 바로 공격수. 하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자 윙포워드, 미드필더, 수비수로 밀려나더니 나중엔 볼보이로 내려왔다.
하지만 볼을 줍는 모습이 평범하지 않다고 여긴 감독의 권유로 골키퍼로 변신했다. “하루는 영광이가 오더니 ‘엄마, 나 골키퍼 됐어’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구, 잘됐다. 이제 축구 관두고 공부하자’고 했죠. 공부도 곧잘 했거든요. 그런데 골키퍼가 필드플레이어보다 선수 생명도 길고 자긴 국가대표도 자신있다고 큰소리 치는 거예요.”
거짓말처럼 영광이는 6개월만에 초등학교 상비군에 뽑혀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유소년 대표, 청소년 대표, 그리고 마침내 월드컵 대표까지 탄탄대로의 엘리트코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자메시지요? 손가락 힘 떨어질 때까지 보낼 거예요.”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아버지는 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영광이가 축구를 시작한 이래 한 경기도 안 빠뜨리고 지켜본 ‘전 경기 출전 선수’. 아들이 경기에 나오든 안나오든 상관없었다. 비행기도 마다하고 전국을 자동차로 누비고 다닌 덕분에 최근 3년간 달린 거리만 무려 30만㎞. 새 차를 장만해도 2년 이상 배겨나기 힘들다. 김영광이 프로 입단 계약금을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빚을 갚는 데 썼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아버지는 “영광이가 지금도 아버지 일 하지 말라고 말리지만, 어디 아들이 버는 돈이 내 돈인가요? 나는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쓸 거에요”라며 활짝 웃었다. 그런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주는 작지만 큰 애정 표현이 바로 매일 아침 보내는 문자메시지다. ‘사랑하는 아들 영광에게’로 시작해 ‘머쨍이울아빠♡’로 끝나는 문자는 ‘메시지’라기보다 ‘연애 편지’에 가깝다. 성경귀절을 곁들여 격려와 채찍, 칭찬과 위로가 담긴 장문의 편지. 벌써 반 년 넘게 하루도 안빼고 오전 8시쯤에 보내는데, 조금이라도 시간이 늦으면 아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빠, 문자 안 보내세요? 이제 그 시간만 되면 기다려진다고요∼.” 아버지는 “늙어서 손가락 힘 떨어질 때까지 보낼 계획”이라고 껄껄 웃는다.




김영광의 아버지 김홍현씨(왼쪽)와 어머니 송선희씨가 아들의 사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아자 아자!”
김영광의 아버지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버지 박성종씨와 고흥 영주중 동기동창생으로 절친한 사이다. 최종엔트리 발표 날도 함께 다른 동창생의 병문안 갔다가 소식을 들었다. 친구 아들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는 데 혹시 부럽지 않냐며, 슬쩍 떠 보았다. 아버지의 대답은 솔직하고 명쾌하다. “아유, 물론 부럽죠. 하지만 제가 늘 그 친구에게 말합니다. 두고 봐라, 우리 영광이가 지성이보다 선수 생활 오래 할 거다, 라고요. 친구도 그 말이 맞다며 웃지요, 하하.” 영광이의 꿈은 한국 골키퍼 최초의 유럽리그 진출이다. ‘왜 한국 골키퍼는 해외에 진출하지 못하는 걸까.’ 영광이가 항상 가슴에 품었던 의문이었다.
“영광이가 얼마 전에 그러대요. 1분이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 아니 아시아 골키퍼도 대단하다는 걸 반드시 보여주겠다고요. 그래서 그랬지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네 생각대로 될 것이다, 라고.” ‘조국에 영광스런 아들이 돼라’는 뜻의 이름을 등에 단 아들은 이미 아버지의 마음 속에서 꿈★을 이룬 세계 최고의 골키퍼가 되어 있었다.
글, 사진 조범자 기자
butyou@sportsworldi.com

<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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