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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과학자는 논문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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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05-23 15:32:00 수정 : 2006-05-23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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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결됐다. 연구 수행뿐 아니라 연구비 사용 과정에서 많은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황 박사를 연구비 유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논문 조작에 대한 판단은 학계의 몫으로 남겨놓았다. 올바른 판단이라고 여겨진다. 과학기술 연구자는 논문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기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동료 연구자들의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과학 연구 결과는 대부분 학술지에 발표되고 세세한 내용이 공개된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동료 연구자들에게 알려지고 인정받게 된다. 이러한 연구가 일반인들에게도 호소력을 가진 경우 그는 사회에서 명사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연구자들은 모두 이러한 순서를 거쳐서 이름이 알려진다. 이들이 연구자들보다 일반인에게서 먼저 인정받는 일은 결코 없다. 모두 연구자들 내부에서 인정을 받은 다음 언론을 통해 사회에 알려지며 이때 연구가 일반인들에게 쉽게 이해되면서 인기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 연구자는 사회적으로 유명인사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황 박사가 대표적인 사례일 텐데 그가 대통령부터 평범한 주부에 이르기까지 큰 관심과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이언스 표지를 장식한 논문을 두 편씩이나 발표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을 영예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여기에 논문이 발표되었고 표지에 나왔다는 것은 연구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크게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동료 연구자들 사이에서 확고한 입지를 얻게 된다. 황 박사도 사이언스 논문 발표를 통해 전 세계의 동료 연구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다. 황 박사의 사이언스 표지 논문은 한국에서는 전국민의 인정을 보장하는 보증수표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언론계·정계 등에서 추호의 의구심도 갖지 않고 그를 치켜세웠고 그는 온 국민의 영웅이 되었다.
물론 황 박사가 사이언스에 논문을 내기 전에도 그는 이름이 꽤 알려진 과학자였다. 이유는 복제 소를 만들었기 때문인데 그렇다 해도 이로 인한 명성은 사이언스 논문 발표 후 그가 얻은 명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국제 과학계에서 그가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도 없다. 그런데 그가 사이언스의 표지 논문을 발표하자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다는 것이 결정적으로 증명되었고, 그때부터 한국 사회에서 최고의 영웅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황 박사의 연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일반 국민의 인기를 끌만한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인간의 배아를 복제했다는 사실, 그것을 가지고 난치병 치료 가능성을 지닌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커다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이라는 점이 한국의 언론, 대통령, 국민을 열광시킨 것이다. 황 박사가 아무리 자신이 인간배아를 복제해서 그것으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했다고 광고하고, 원천기술이 있고, 특허를 출원했다고 해도 그의 연구 결과가 논문의 형태로 사이언스라는 학술지에 실리지 않았다면 그는 결코 한국의 최고 과학자, 전 국민의 영웅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사이언스 논문은 조작이었음이 드러났고 논문의 핵심 내용인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져서 논문까지 취소되었다.
논문으로 널리 알려졌고 영웅이 되었는데 그 논문이 취소되었다면 영웅의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 순서는 당연히 영웅의 지위가 상실되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황 박사를 영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이들은 황 박사의 원천기술과 특허를 높이 사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황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실패한 연구자를 동정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에게 다시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 똑같은 연구를 시키는 것은 국력 낭비다.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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