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주시장의 돌풍을 일으키는 ‘처음처럼’이 그렇고, 아직도 서울지역 소주시장의 80% 이상을 석권하는 ‘참(眞)이슬(露)’은 물론, ‘산(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손 대표는 ‘참나무통 맑은 소주’와 쌀 증류주인 ‘화요’(火堯)도 작명했다.
하지만, 그가 술과 가까울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정작 소주 한 잔이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두 잔이면 치사량일 정도로 강력한 ‘비주(酒)류’이다.
그는 요즘도 무척 바쁘지만 소주 때문에 웃을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네이밍도 내리사랑과 같아서 더 늦게 탄생한 처음처럼이 참 이슬보다 애정이 간다”는 그는 “하지만 작명한 수많은 제품 가운데 가장 애착을 느끼는 것은 산”이라고 말했다.
“참 이슬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어떤 이름을 붙여도 그 아류 같다는 생각 때문에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브랜드를 정한 것이 산이고, 이런 시도 자체가 처음일 것입니다.”
소주 작명가로 이름을 떨치는 손 대표지만 정작 술은 전체 네이밍 가운데 10%도 안 된다. 그는 트롬 식물나라 보솜이 베스트벨리 씨 청풍무구 등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최근에는 흑미식초인 ‘사랑초’의 네이밍을 마쳤고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브랜드는 “예민한 식물을 기르는 것과 같다”는 것이 그의 작명철학이다. “식물을 잘 가꾸기 위해서는 물을 주고 햇빛을 쏘이고 어떤 때는 바람을 가려주어야 하듯 브랜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아야만 가치가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제품과 소비자를 이해하고 특히 사물의 본질을 깊숙이 파고들어야만 좋은 이름이 나온다고 그는 강조한다. 처음처럼은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의 시와 글씨체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 숙취가 없어 그 다음날도 처음처럼 유지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손 대표는 신 교수에게 사례를 하려 했지만 한사코 거절해 자신이 받은 작명료 8000만원 중 5000만원과 두산이 내놓은 기금을 합쳐 1억원을 성공회대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류영현 기자 yhry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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