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섭 대만정치대박사·경희대 아태지역연구원 교수·베이징대 교환 학자 |
국내에서 중국인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중국 문제 전문가가 되려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학교가 정치대일 것이다. 정치대는 중국의 근현대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특이한 역사의 길을 걸어왔다. 올해로 개교 79년째로 접어든 정치대는 1927년 장제스(蔣介石) 당시 총통을 초대 총장으로 하여 세워진 중국국민당의 당교(黨校)였다. 그 후 1946년 8월 학교명을 지금의 국립정치대학교로 바꿨다. 그러나 중국 본토에서 공산당에게 패배한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옮겨오면서 정치대의 운명도 달라졌다. 1949년 대만으로 옮긴 중화민국 정부로부터 사회적 공로를 인정받은 정치대는 1954년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다시 문을 열게 된다.
현재 정치대에는 교육·문과·이학·법학·상과·사회과학·외국어문·신문방송·국제사무(국제관계) 등 9개 단과대학이 있으며, 그 밑에 33개 학과와 42개 대학원 과정이 설치돼 있다. 그 중 27개 대학원 과정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역사적 특성으로 인해 신문방송학과 경영학 지역학 정치학 외교학 등 사회과학을 중심으로 특화된 정치대는 대만 내 사회과학 분야의 최고를 자처하며 발전해왔다. 이 때문에 정치대는 대만 정부 특히 외교부에 상당수 인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신방학 대학은 정상의 위치에서 대만의 언론 엘리트를 배출하고 있다. 경영학대학도 대만 최고를 자부하면서 독창적인 기업이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정치대를 나온 인물 중에는 폴모사의 왕융칭(王永慶) 회장을 비롯해 대만 경제를 이끄는 주요 인물이 수두룩하다.
정치대에서 돋보이는 곳은 단연 중국학을 연구하는 동아연구소와 중산인문사회과학연구소다. 외국 유학생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곳으로 정평 난 이들 연구소는 저명한 교수와 세분화된 커리큘럼으로 중국학의 절대 지존을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국제화·세계화에 발맞추기 위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중국학대학원을 새로 설립했다.
정치대의 또 다른 특색은 1953년 4월 1일 중국 본토 및 국제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관계연구센터이다. 4개의 연구소로 나누어진 이 센터는 세계 각국의 연구기관과 교류하고 있으며, ‘이슈와 연구’ ‘중국대륙연구’ 등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도 발간하고 있다.
대만에 유학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이상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정치대이다. 이 학교의 사회과학도서관 때문이다. 대만 내에 학위논문을 소장하는 도서관은 모두 2곳으로, 하나는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도서관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대 도서관이다. 대만의 초기 학위논문이 국가도서관에는 없어도 정치대의 사회과학도서관에는 고스란히 소장돼 있다.
대만에서 한국어문학과가 설치돼 있는 대학 두 곳 중 한 곳이 정치대이다. 원래 1956년 교육장관인 장치윈 박사의 주도로 동방어문학과 내에 한국어문조(組)가 출범했고, 2002년에 학과로 승격됐다. 7명의 전임 교수와 정치대 내 타 학과 교수로 이루어진 한국어문학과는 매년 30명의 신입생을 뽑고 있다. 한국어문학과를 중심으로 한국 대학들과 교수·학생 교환프로그램 및 학술교류를 꾸준히 벌이고 있는 정치대는 최근 외국인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2004년에는 대만 전역에서 유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로 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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