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의사로서 안경처방을 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것 중의 하나가 그 안경을 착용한 후 생길 수 있는 어지럼증이나 두통을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 이다. 안경착용 후 어지럼증과 두통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경우가 난시와 부등시 이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부의 안과의사들은 이런 경우 안경처방을 하면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두 번 세 번 다짐을 준다. 하지만 그런 다짐도 헛수고인 경우가 많아서 걱정했던 환자가 안경을 들고 와서 어지럽다면서 안경돗수가 제대로 맞는 것인 지 확인해달라고 하면 안과의사로서 참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이렇게 안과의사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난시와 부등시는 과연 무엇일까?
난시..
지난 번 한 아이가 머리가 자주 아프다고 내원하였다. 엄마는 소아과 진료도 받았으나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자 혹시 눈 때문이 아닌 지 해서 내원한 것이다. 검사 결과 원시와 난시가 함께 나타나는 혼합난시 였고 시력은 좋은 편이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병원에 온 것이지만 난 애매하게 답변해 줄 수밖에 없었다. 난시가 두통의 원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안경은 안 써도 되지만 써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난시는 눈에 들어오는 빛이 어느 각도에서 꺾이는 정도가 달라 초점이 한 곳에 맺히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눈의 맨 바깥인 각막의 이상에 의해 발생되지만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란 구조물에 의해서 생기기도 한다.
난시에 의한 증상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어지럼증이나 두통, 눈피곤증, 야간 시력저하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런 복잡한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무턱대고 난시 안경을 착용하게 되면 어지럼증이나 두통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난시도 근시에 비해 약시가 잘 생기는 편인데 원시에 의한 약시보다는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그러므로 약시의 원인이 난시인 경우 반드시 안경으로 교정해줘야 하고 개인적으로 사시가 동반된 난시도 대개는 안경으로 교정을 해주고 있다. 그 외의 경우 별다른 증상 없는 난시는 차라리 내버려 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부등시..
부등시는 의학적으로 두 눈간에 안경도수가 2 D(디옵터) 이상 차이가 날 때를 말한다. 부등시를 짝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은데 옳은 표현은 아닌 것 같다. 부등시도 난시와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도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고 안경으로 교정해줘도 증상이 없어지지 않거나 더 심해질 수 있다.
다행히 어린 아이들은 난시나 부등시를 교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못 느낄 정도로 안경에 잘 적응하는 편이고 성인이 되면 안경 외에도 콘택트렌즈나 수술(라식 등) 등 선택의 폭이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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