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컴퓨터를 이용, 학교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시험창을 열자마자 ‘지금 현재 해당 IP(접속 위치를 가리키는 인터넷 주소)는 부정행위 IP로 접수됐습니다’라는 경고문과 함께 시험이 강제로 종료됐던 것. 영문을 모른 김씨에게 학교 측은 “2명 이상 응시자의 IP가 동일하거나 비슷하면 부정행위가 이뤄지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판단한다. 먼저 접속한 다른 학생이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별 수 없이 회사 인근 PC방을 찾아가 시험을 치러야 했다.
사이버대학들이 속출하는 시험부정 행위를 막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의는 물론 과제나 시험출제 등 대부분 학습 활동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만큼 투명하고 객관적인 성적관리는 학교 공신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시험장’을 관리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일반 대학처럼 교수나 조교 등이 직접 시험감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온라인 시험장의 부정행위는 일반 대학에 비일비재한 ‘비밀쪽지 교환’이나 ‘책상과 강의실 벽 등에 예상 답안 써놓기’ 등 고전적 부정행위와 차원이 다르다.
즉 대리시험도 자유롭고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이용해 답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 여럿이 한데 모여 정답을 상의하거나 엄청난 인터넷 정보를 이용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 등 실로 다양하다.
이에 따라 사이버 대학들은 지난해부터 한층 강화된 ‘시험감독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시험제도와 평가 방식을 지속적으로 바꿔가며 예상되는 부정행위에 대처하고 있다.
연세대와 건국대 등 전국 45개 대학이 연합해 만든 한국사이버대는 대리시험을 막기 위해 금융권 수준의 본인 확인 절차를 도입, 학생들이 범용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로그인하도록 했다.
동시에 IP를 체크하는 시스템을 갖춰 학생들은 각자 다른 장소에서 한 대의 컴퓨터만 사용해야 한다. 이 대학은 지난해 2학기 기말시험에서 같은 컴퓨터로 시험을 치른 학생 3명을 적발, 모두 0점 처리했다.
또 시험제도를 변경, 중간·기말고사와 같은 1회성 시험의 비중을 낮추고 퀴즈나 과제 수행, 팀프로젝트와 토론 등 수시 평가를 확대하고 평가배점도 상향조정하고 있다.
한양사이버대는 학생들이 시험시간 중에는 컴퓨터상에서 다른 화면을 띄울 수 없도록 하는 제어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로써 시험 도중 이메일과 메신저를 주고받거나 포털사이트 검색 등이 차단된다. 또 학생들마다 시험시간대와 시험문제를 다르게 하고 있다.
이 학교 3학년 이모씨는 지난해 ‘실용 영작문 강의’ 시험을 보다 ‘화면이동 금지’라는 경고문구를 무시하고 화면이동을 세차례 했다가 시험이 강제 종료된 뒤 담당 교수에게 통보돼 재시험을 치렀다.
사이버외국어대도 학생들이 시험 도중 다른 인터넷 창을 열거나 열려고 시도할 때마다 횟수를 기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횟수를 3회 이상 넘긴 학생은 담당 교수에게 통보돼 성적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최첨단 시스템을 갖춰도 온라인 시험장에서의 부정행위를 막기는 어려운 만큼 최선의 방지책은 학생들의 ‘양심’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양사이버대 박찬권 정보처장(교수)은 “대학 시험의 의의는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하는 기회로 삼는 데 있다”며 “(일반 대학을 비롯해) 사이버대학 학생들이 ‘부정행위 자체는 학습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인식으로 시험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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