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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사 3개월째 파업…10년째 수입제자리 불만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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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04-13 16:23:00 수정 : 2006-04-13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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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독일 의사들의 가두시위와 파업이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수도 베를린에서 종합병원 의사 4000여명이 파업과 가두시위를 벌인 이래 독일 전역에서 의사 3만여명이 길거리로 뛰쳐나왔고, 지난달 15일에는 대학병원 의사 2만5000여명이 순차적인 파업에 돌입했다. 4월 들어서도 종합병원 의사들과 개업의사 5만여명이 시위와 파업에 동조하고 있다. 독일 의사들이 장기 파업을 벌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들은 주당 40시간 외에 평균 30∼40시간을 초과근무하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등 수입과 처우가 지난 10여년간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독일 고용의사 노조인 ‘마부르커 분트(MB)’와 연방의사보험조합(KBV)은 정부가 비싼 약 처방을 규제하고 의료수가 인하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30% 임금 인상과 초과근무 수당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 의사들의 평균 수입은 미국과 네덜란드 스위스 덴마크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게 사실이다.
개업의(일반의사)의 연평균 수입은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이 약 13만8000달러(약 1억3000만원), 네덜란드가 11만3000달러, 스위스가 10만4000달러인 데 비해 독일은 6만7000달러에 그친다. 초급 의사들은 수입이 월 평균 1600∼2000유로(약 185만∼230만원)에 불과한 데다 격무에 시달려 직업의 장래성에 회의를 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독일의 개업의는 14만여명이며, 대학병원과 주립병원 등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고용의는 14만5000여명이다. 옛 동독 지역에서는 8000여명의 의사가 부족한 상태인데도 개업의의 10%에 달하는 1만2148명이 현재 미국과 영국, 스위스 등에서 취업하고 있다. 이들의 자리를 1만7990명의 러시아, 이란,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외국 출신 의사들이 메우고 있다. 독일에 유입되는 외국 의사 수는 매년 4%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외르크 디트리히 호페 독일연방의사협회 회장은 고용주와 정부가 독일 의사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독일 월드컵이 시작되는 여름까지 파업과 가두시위를 계속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독일 의사들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한 데는 복잡하고 까다롭고 융통성 없는 의료제도가 한몫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개업의는 환자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입이 늘었다.
그러나 의료제도가 개선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2000년부터 새 의료제도에 따라 환자 진료 수는 점수제로 계산돼 의료 보험회사로 넘어갔으며, 지역별로 의료수가 수입이 일정액 할당돼 구역 내 의사들이 나눠 갖게 됐다.
따라서 병원의 인건비 지출조차 어려운 개업의들이 폐업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복잡한 서류 작성 등 진료 이외 업무가 늘어나면서 업무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불만은 쌓여갔다. 의사의 장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의과대학을 나온 유능한 젊은 의사들이 제 길을 걷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03년 의대 졸업생 8948명 중 6802명만이 수련의가 되었고, 나머지 2146명은 다른 직업을 찾아나선 것이 독일 의료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독일 의사들은 거리에 나서 “병원이 죽으면 환자도 죽는다”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고 있다. 환자들은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의사들에게서 치료받기를 원한다.


고비용 환자↑ 보험납부자↓
獨 의료체계 ''중병''

독일 의료비는 세계에서 미국과 스위스 다음으로 비싸다. 문제는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데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어 10년 후 독일 의료계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치료 방법과 신약의 개발로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지만 수술과 치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예를 들어 신장 이식수술 비용은 현재 약 10만유로(약 1억2000만원)이며, 이식 수술 후 치료비로 매달 4000유로(약 480만원)가 든다. 고령사회로 진입한 독일에 이런 고비용 환자들은 늘어나는데, 의료보험금 불입자 수는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2007년에는 부가가치세(VAT)가 올라 의약품 단가마저 더욱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도 독일의 법적질병보험(GKV) 배정 예산액은 2007년에 42억유로에서 15억유로로 삭감됐고, 그나마 2008년에는 사라질 운명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독일 사회보장정책의 기반은 살아 있어 사망장례보조금, 모성보호보조금, 가사보조금 등을 국가재정이 담당한다.
2005년부터는 의약품 단가가 대폭 상승한 데다 환자의 병원 입원 기간은 길어졌지만 2중 검사 등 철저한 검진을 의사들은 기피하고 있다. 비용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수가는 낮아지고 의사 처우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독일의 의료제도는 획기적인 개혁 없이는 국민의 건강보험 불입액만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의료비용 지불액은 1993년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993년 1681억유로에서 1998년 2084억유로, 2003년 2392억유로로 증가했고, 국민 1인당 부담액도 10년 동안 2070유로에서 2900유로로 늘어났다.

[독일의사 해외진출 및 외국인 의사 독일 진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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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남정호 특파원
john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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