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고교 시험에서 서술·논술형 문제의 비중이 높아지고 대학 입시에서도 논술이 강조되면서 독서교육이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자극적인 TV나 인터넷 등에 둘러싸인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독서교육의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한국도서관협회가 ‘독서가족’으로 선정한 김화수(40·남)씨 가족을 통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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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읽으면 아이들도 읽는다=가장 훌륭한 독서교육 방법은 역시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 집안에 독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정작 부모 본인은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무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춰보면 김씨 가족은 부모가 솔선수범하는 모범적인 집안에 해당된다. 김씨 가족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책을 가까이하게 됐다. 지방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5년 전 현재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사했는데, 집에서 1∼2분 거리에 강남도서관이 있었던 것. 원래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지만 도서관이 가까워 부담 없이 들렀다가 독서의 재미에 푹 빠진 것이다.
지난해 대출 건수만 해도 김씨가 22건, 부인 장영이(39)씨가 42건, 아들 도형(15·언주중2)군이 111건이고 딸 혜빈(11·언북초4)양은 무려 257건에 달한다. 게다가 ‘독서의 적’이라고 일컬어지는 TV를 부모부터 보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저녁시간에는 책 읽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김씨는 “아이들이 TV를 보는 시간을 따져보면 하루에 30분이 넘지 않지만 책을 읽는 시간은 2∼3시간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린이도서연구회 김은옥 사무총장은 “어른이 먼저 책을 읽고 재밌어 해야 아이들도 따라오게 마련”이라며 “거실이나 화장실 등에 책을 펼쳐놔 온 가족이 자연스럽게 책에 노출되도록 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책 읽히자 아이들이 달라졌다=독서를 하면서 아이들의 모습이 달라졌다.
김씨는 “간혹 대화를 나누다 보면 도저히 어린아이가 생각할 수 없는 표현을 할 때가 있다”며 “어디서 그런 표현을 들었느냐고 물으면 ‘책에서 봤다’고 대답한다”라고 말했다.
너무 책에만 몰입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기우에 불과했다. 김군 남매 모두 올해 학급회장으로 당선될 정도로 교우관계도 좋다.
김씨는 “독서를 통해 아이들이 남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군은 지난해 각 학급 회장들이 모인 임원수련회에서 학교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할 때 거의 혼자 아이디어를 냈고 발표까지 도맡았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책을 읽히고 싶은 부모의 욕심은 없었을까. 독서교육 도중 많은 부모가 아이의 흥미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게 하는데 김씨 가족은 이런 욕심에서는 자유로워 보였다.
도형군이 관심 있는 분야는 역사와 사회로, 최근에 읽은 책도 ‘세계 역사 이야기’(수잔 와이즈 바우어·정병수 지음)였다.
혜빈양은 “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책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좋다”고 할 정도로 추리소설에 푹 빠져 현재 괴도(怪盜)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소설 50여권을 읽었다.
한국독서교육회 김민종 연구원은 “같은 중학생이라고 하더라도 관심 분야에 따라 수준이 달라지게 마련”이라며 “아이가 책을 재미없다고 느낀다면 너무 어려운 책을 읽게 한 것은 아닌지 부모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서와 공부와의 갈등, 이렇게 풀어라=김씨는 요즘 도형군이 학교 공부보다 독서에 더 힘을 쏟고 있는 듯해 고민이다.
김씨는 “주말에 아들이 책을 읽은 뒤 남는 시간에 학교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독서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현재 도형군의 성적이 중상위권이고 올해 학급회장을 맡을 정도로 지도력도 있지만 책 때문에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것이다.
허병두 서울 숭문고 국어교사는 “그럴 때는 책의 내용이 교과서와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물어보면서 자연스레 공부와 연결하는 것이 좋다”며 “독서와 공부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책을 읽은 뒤 독후감이나 간단한 소감을 글로 정리하거나 토론하는 일도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된다. 물론 독후감 쓰기를 강요하면 그에 대한 부담 때문에 오히려 책읽기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으니 억지로 권해서는 안 된다.
독서교육회 김 연구원은 “김군은 이제 서서히 논술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므로 무조건 책만 읽기보다는 쓰기와 연관시키는 것이 좋다”며 “단 독후감을 쓰도록 강권하지 말고 책 내용에 대한 간단한 메모나 문답식 정리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풍연 기자
jay24@segye.com
<독서교육 7계명>
1.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라
2. 어릴 때부터 책을 읽도록 해라
3. 권장도서보다는 자녀의 흥미를 고려하라
4. 너무 어려운 책은 고르지 마라
5. 책을 읽은 뒤 간단하게 소감을 이야기하도록 해라
6. 독후감을 쓰도록 유도하되 강요하지 말라
7. TV나 인터넷 등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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