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켈리. 국내에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해외 언론에 따르면 그는 자국인 독일을 비롯해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 일본에서는 이미 여러 장의 앨범 발표와 공연을 가진, 상당한 지명도의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부야케이라는 새로운 음악 트렌드를 창조해낸 일본에서 그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올드팝에 대한 향수와 젊은 날의 한 섬세한 감수성 등 아름다운 옛 시절을 그리며 마음 속의 이상향을 그려내는 시부야케이의 근원적 특성과 스페이스 켈리 그만의 기타 팝 사운드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Fantastic Plastic Machine), 코넬리우스(Cornelius) 등과 함께 시부야케이의 대표세력으로 평가되는 피지카토 파이브(Pizzicato Five)의 코니시 또한 이 생소하기 그지없는 아티스트의 광적인 팬임을 자처할 정도니 일반 대중을 비롯해 음악인들 사이에서의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타 아티스트에 대한 음악인들의 공개적 지지는 잊혀진 가수들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흐름을 낳기까지 한다. 뉴욕 출신 바로크 팝 밴드 프리 디자인(Free Design)에 대한 코넬리우스의 존경과 일본 로맨틱 팝 거장 야마시다 타츠로의 캐나다 뮤지션 알조(Alzo)에 대한 애정은 60, 70년대 음원의 재발굴 사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우리의 경우에는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가 코넬리우스와 프리디자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프리디자인 리이슈 작업은 ‘보증수표’를 얻게 된 바 있다.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하나같이 팝 역사상 명장으로 기록되는 이들의 것이다. 존 덴버(John Denver)와 길버트 오 설리반(Gilbert O’Sullivan), 좀비스(The Zombies)의 로드 아젠트(Rod Argent), 토드 룬드그렌(Todd Rundgren), 랜디 뉴먼(Randy Newman), 아스트러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 등 기라성 같은 가수 혹은 작곡가들에 의해 대중에게 전해지며, 많은 리메이크를 낳았던 팝의 보물들. 스페이스 캘리는 이번 앨범에서 그만의 2000년대식 팝 감수성 가득한 보컬과 이지리스닝 계열의 연주를 통해 옛 음원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옛 명곡들에 대한 탁월한 감별력으로 자신의 음악적 원형을 이루고 있는 자양분을 증명해보임과 함께 그를 공유하는 동시대인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눈에 띠는 것은 청량감 가득한 첫인상으로 다가오는 ''클레어''(Clair). ‘어론 어게인’(Alone Again) 등 목소리 하나만으로 음악을 기쁨과 희망으로 부풀어 오르게 했던 길버트 오 설리반의 원곡을 드럼과 스트링을 강화한 편곡과 허스키 보이스를 통해 리듬 앤 블루스에 익숙한 요즘 팝 세대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발매됐던 컴필레이션 앨범 ''코즈니 윈터 콜렉션''(The Kosney Winter Collection)에 수록되어 국내 음악팬들에게 스페이스 켈리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던 랜디 뉴먼 작 ''스노우''(Snow)는 눈바람 날리는 효과 음향 등 클로딘 롱제(Claudine Longet) 버전에 충실하면서도 훨씬 풍성한 입체감을 지녔다. 보컬리스트 콜린 블룬스톤(Colin Blunstone)의 아우라가 빛을 발했던 좀비스의 ''더 웨이 아이 필 인사이드''(The Way I Feel Inside)는 도입부의 무반주 독백 부분을 삭제, 바로 흥겨운 기타 연주로 ''치고 들어가는'' 기지를 발휘했으며 비치 보이스(Beach Boys)의 ''유어 섬머 드림''(Your Summer Dream)에서는 파도와 갈매기 소리 합창 속에 ''당신의 꿈을 만들어 나가라''는 아련한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독일 출신인 스페이스 켈리는 94년 정식 음악활동을 시작한 이래 솔로와 듀엣, 트리오, 4인조, 5인조, 7인조 등 수시로 라인업을 바꿔왔으며 현재는 6인조 밴드로 활동하고 있다. 95년 9월 1집 ''Das Leben Ist Kein Heimspiel'' 이후 이번 앨범 포함 총 6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으며,이번 앨범에서는 모든 곡을 영어로 노래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이창호 기자 tabulara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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