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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급 기능직 공무원시험'' 고학력 백수들 ''우르르''

입력 : 2006-01-07 15:22:00 수정 : 2006-01-07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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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업무불구 안정적"…취업난 반영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김모(26)씨는 10개월간 백수생활 끝에 최근 지방공무원 10급 운전직(기능직)에 합격했다.
법학을 전공한 김씨는 법원직 공무원을 희망했지만 취업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준비하기 쉬운 10급 기능직으로 진로를 바꾼 것. 김씨는 “공부를 계속해 원하는 곳에 취업하고 싶지만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말단 공무원이지만 취업 후 다른 기회를 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공시(公試)’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장으로 인기를 끌면서 서무업무 등을 하는 10급 기능직 공무원에까지 고학력자가 몰리고 있다. 임금도 9급에 비해 월 6만원가량 적을 뿐이다.
사무, 조무, 운전, 속기, 주차단속 등 지자체 행정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기능직은 필요한 기관에서 비공식적으로 채용하다가 2004년부터 공개 선발하고 있다. 9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뽑는 인원도 적고 단순 보조업무에 국한되지만 경쟁률은 대기업 못지않다.
광주시가 지난해 초 기능직 10급 전산원 1명을 뽑는 데 무려 143명이 몰렸다. 지난해 10월 경찰청, 전북도, 제주도는 두자릿수 이내의 기능직 직원을 뽑는 데 각각 63대 1, 54대 1, 2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인천해양수산청의 기능직 등대원 1명을 뽑는 데 45명이 몰렸고 이 중 대졸자가 62%였다.
회사원 유모(30·여)씨는 지방교육청 등에서 10급 사무보조직을 뽑을 때마다 응시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씨는 “계약직 신분이라 항상 불안하다”며 “9급에 비해 연봉 차이가 크지 않고 시험 과목도 적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요 탓에 최근 10급 공무원 대비 학원과 강좌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공무원 전문 교육기관인 P사 관계자는 “원래 9급 이상 공무원 준비학원으로 출발했지만 최근 10급 공무원 문의가 이어지면서 전담부서를 신설했다”며 “10급 공무원 관련 교육기관만 최근 1년 사이 10여개나 생겨났다”고 전했다. 이 기관의 수강생 중 절반가량이 대졸자다.
이처럼 하급 공무원직에 고학력자가 몰리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대 행정학과 정용덕 교수는 “과거 단순 노무직으로 인식되던 10급 공무원까지 고학력자가 몰리는 것은 심각한 취업난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인재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해 직무만족도가 떨어지고 임시 직장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행정조직 전체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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