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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누르하치의 국방개혁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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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07-28 15:04:00 수정 : 2005-07-28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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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하치는 270여년 간 유지되었던 청나라를 세운 창업자이다. 지난 1000년의 아시아 역사에서 명멸한 수많은 정치인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동아시아시대를 열었던 영웅호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에 근거를 둔 정치 결사체가 세계사를 주도하는 시대를 동북아시대라고 할 때 그와 그의 후손들이 건국한 청나라는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만주족에 의한 동북아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청나라는 전 중국을 지배한 왕조 중 유일하게 오늘날 동북아라 지칭되는 중국의 동북지역, 백두산 북단지역을 근거지로 수립된 나라다. 그리고 청나라는 적어도 19세기 중반 서세동점 역사 속에서 유럽국가들과 일본에 집단적으로 망신을 당하기 전에는 세계 문명사를 주도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르하치가 청나라를 건국하여 동북아시대를 열어간 것은 무엇보다 전략적 상황 변화를 너무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국가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군사혁신을 통해 강력한 군대를 건설하였기 때문이다.
누르하치는 임진왜란이 진행되는 중에 전쟁에 참전하기를 원했으나, 그 의도를 의심한 조선의 입장 때문에 직접 참가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한반도에서 진행된 7년 간의 국제전이 동북아의 세력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놓을지를 정확히 예측하였다. 도요토미의 일본, 만력제하의 중국, 선조가 이끈 조선은 전쟁의 후유증 때문에 국력이 쇠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누르하치의 여진족 국가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던 명나라와 조선이 결정적으로 군사적으로 쇠약해질 것을 알았다. 임진왜란이 진행되는 동안에 그는 인접한 세력들을 아우르며 힘을 키워 나갔다. 아울러 1616년 명나라와 결전을 선언하기 이전까지 그는 그의 전략적 야심을 철저하게 숨기면서 명나라에 조공의 예를 다했다.
아울러 그는 임진왜란 직후인 1601년에 팔기제도(八旗制度)를 발전시켜 군사력을 극대화하였다. 그가 발전시킨 팔기제도는 근본적으로 군대조직이었으나, 만주족을 위한 행정과 과세 단위로서 병무행정과 일반행정을 일치한 제도였다. 그의 팔기제도라는 군제개혁은 오늘날 미국 등 강대국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국방개혁과 다름 없다. 그는 군사개혁을 통해 평시 군사력을 전시 군사력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국가적 관심사항으로 동북아시대를 준비하며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시대·군사환경이 달라졌지만, 정확한 전략 상황 예측과 치밀한 군사적 준비로 동북아시대를 이끈 청나라 건국 영웅들에게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첫째, 전략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활용이다. 주변국이 조정하고 있는 동아시아 정책과 대 한반도 정책이 우리의 전략 환경에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활용하는 국가차원 전략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군사혁신의 궁극적 목적이 실제 전투력을 증강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국가전략 차원에서 결심하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군사력을 건설하는 것이 군사혁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목적이 되어야 한다. 군사혁신이 복지예산 증가를 갖고 올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누르하치가 결전을 선언하기 직전까지 명나라에 ‘몸을 낮춘 태도’를 우리는 대주변국 외교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400여년 전 백두산 자락에서 ‘건주여진’이라는 작은 규모의 부족국가를 이끈 누르하치가 청나라를 건국하여 200여년 간 동아시아시대를 이끌었다. 누르하치는 그 시대를 열기 위한 1626년 명나라와의 전투에 직접 참전하였다가 부상하였고 그 상처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죽음은 만주족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 할 수 있다.
한국 안보의 특수한 환경과 보편적 군사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우리의 국방개혁은 ‘전략적 예지와 기득권을 양보하는 희생’을 결합해 정예강군 건설을 일차적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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