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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평화주의자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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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07-19 14:12:00 수정 : 2005-07-19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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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00년전인 1905년은 물리학계에서 기적의 해로 불린다. 이 해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비롯해서 물리학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한꺼번에 네 개나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100주년을 기념해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세계 곳곳에서 여러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우리에게 아인슈타인은 천재 과학자로 각인되어 있다. 책이나 영화에서 천재 과학자는 흔히 세상사와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묘사된다. 어떤 경우에는 자폐 증세, 더 나아가서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그려지기까지 한다. 이런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천재의 생활을 상상하는 사람들은 천재 과학자에 대해 정말 일상사에 무관심하고 현실로부터 격리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아인슈타인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저 물리학에 파묻혀서 죽기 직전에도 통일장이론에 관한 계산을 하던 과학자, 사람들 앞에서는 약간 모자란 듯 보이는 천진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과학자를 떠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의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이미지와는 영 딴판의 삶을 살았다. 그는 생각하고 계산만 한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기계를 발명했고,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발언했고, 여성편력도 유난히 심했던 사람이다. 보통사람이 일상세계에서 하는 일을 그도 똑같이 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발명품은 거의 50개에 달한다.
이를 보면 그가 당시의 보통 과학자보다 훨씬 더 현실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발명품 중에서 꽤 널리 알려졌고, 거의 대량생산 단계까지 간 것은 냉장고이다. 다른 천재 물리학자 레오 실라드와 공동으로 만든 이 냉장고의 개발 동기도 유별난 것이 아니다. 어떤 가정에서 쓰던 냉장고 펌프에 균열이 생겨 유독가스가 새어나와 가족 전체가 한밤중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냉장고 개발에 뛰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친구인 실라드에게 좀더 안전한 냉장고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그후 두 사람은 밀폐장치, 펌프, 노즐, 냉매 등을 개선하는 작업을 시작하여 더 좋은 냉장고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이 냉장고는 특허를 얻었고, 특허가 AEG라는 독일의 가장 큰 전기제품회사에 팔릴 정도로 인정을 받는다.
과학기술자는 지금도 사회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잘 안 하지만 당시에는 더 그랬다. 과학자들은 대체로 국가에 순응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1차대전이 일어날 무렵 독일의 과학자도 거의 전부 그러했고 당연히 전쟁을 지지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의 편에 서서 과학자로서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이로 인해 전쟁이 끝난 후 극우세력으로부터 테러의 표적이 되었고, 목숨까지 위협당하는 지경에 처했지만 그는 끝까지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1933년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후에는 과학자로서 최초로 나치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이 때문에 나치가 그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그는 독일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지만 나치 독일에 대한 그의 비판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미국에 가서는 나치가 원자탄을 개발할 것을 우려하여 미국에서 먼저 원자탄을 만들 것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2차대전 후에는 다시 평화주의자로서 원자탄을 지구상에서 없애는 일에 적극 동참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러한 활동에 비하면 요즘 과학자들의 활동은 너무 좁은 영역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물리학이론 연구에 몰두하던 중에도 시중 냉장고의 결함으로 한 가족이 죽는 사건을 접하고 몸소 안전한 냉장고 개발에 들어갔다. 지금 시대에 이론물리학자가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아인슈타인처럼 평화주의자를 자처하면서 이라크 전쟁과 파병에 대해 반대하는 과학자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일은 천재 과학자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과학연구가 국가와 자본에 전보다 더 크게 예속되었다는 구조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과학자 자신이 스스로 소시민적 역할에 만족하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과학사·에너지대안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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