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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DEEP THR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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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06-03 17:01:00 수정 : 2005-06-03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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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스로트(Deep Throat)’ 하면 미국과 캐나다에선 내부고발자를 가리키고, 미국의 속어로는 구강성교의 ‘펠라치오’를 뜻한다. 그러나 이 두 개의 뜻은 두 개의 가지가 맞붙어 한 나무가 된 연리지(連理枝)처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1972년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상업 포르노 영화 ‘딥 스로트’가 미국에서 개봉되었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포르노그래피란 용어조차 없었으므로, 이 영화는 최초의 ‘하드코어’ 외설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목구멍 깊숙이’라는 제목 자체가 노골적이고 외설한 장면을 표현했다. 화면 가득한 ‘눈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은 기독교문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사회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극장주들이 음란물 공개 혐의로 잇따라 체포되었지만, 이 영화는 당시 사상 최고액인 1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이를 계기로 미국 사회엔 포르노숍이 생기고 74년엔 두 번째 포르노 영화 ‘엠마뉴엘’이 대박을 터뜨린다. 이때쯤 스스로 ‘딥 스로트’라 지칭한 한 정부인사가 워싱턴 워터게이트 호텔 건물에 들어 있던 민주당 선거사무실에 대해 닉슨 대통령이 도청 지시를 했다는 결정적 제보를 워싱턴포스트지에 해온다. 신참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은 취재가 벽에 부닥칠 때마다 그의 제보로 집요하게 사건을 추적, 결국 1974년 닉슨은 의회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한다.
영화 X파일에서도 ‘깊은 목소리’란 제목으로 다뤄진 이 내부고발자가 당시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었던 마크 펠트(91)로 밝혀지면서 전 세계가 들끓고 있다. 30여년 만에 사실을 밝힌 이 노인의 거사(?)가 과연 영웅적인 것인가 배신자의 것인가 논란도 분분하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워터게이트가 문(門)도 아닌데 각종 비리사건을 ‘××게이트’로 만든 것처럼, ‘딥 스로트’ 역시 원뜻과 무관한 내부고발자의 뜻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이래서 언어는 사회상과 역사를 반영한다.
차미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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