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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전쟁에 대항하는
정치세력 ''다중자율주의자''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을 ‘아주 작은 축제’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던 조정환(49) 성공회대 교수. 조 교수는 탈근대 좌파들의 공부방인 ‘다중네트워크센터(http://waam.net)’에 게재한 글에서, 10석 확보라는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부르주아 정치체제의 대안을 제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좌파에게는 축제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직접 정치보다는 ‘선거 정치’란 틀을 고스란히 인정하고 이는 곧 ‘의회를 평의회로 환원하고 평의회를 다시 소수자들의 코뮨으로 환원해 협력의 공동체를 구축’하려는 ‘다중(多衆·multitudes) 자율(Autonomia)주의자’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이자 기회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중 자율주의자? 이들은 누구이며 어떠한 미래 전략을 갖고 있을까.
조 교수가 이탈리아 출신 네오마르크스주의자이자 ‘제국’(이학사, 2001)의 저자인 안토니오 네그리의 사상을 집중 소개한 ‘지구 제국’ ‘아우또노미아’에 이어 펴낸 ‘제국기계 비판’은, 1990년대 이후 끊임없는 전쟁과 더불어 가속화됐던 신자유주의의 득세를 ‘제국’적 지배체제로 파악하고 이러한 제국을 전복할 수 있는 ‘다중’과 ‘자율’의 가능성을 한국적 지형에 적용해 모색하는 책이다.
지은이는 박정희와 전두환과 같은 가시적인 적 대신, 실재하지 않지만 전지구적 차원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신자유주의적 위기관리시스템, 즉 ‘제국’이라는 새로운 유령을 맞닥뜨린 탈근대화 시대의 새로운 저항논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그는 탈근대에 이르러 자본주의는 제국주의의 선명한 대립축이었던 노동자와 식민지, 여성, 인종을 내부로 흡수해 ‘제국’으로 발전했음에도 저항 세력은 여전히 ‘민중’과 ‘진보’라는 근대 담론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하며, 탈근대의 저항은 ‘다중’과 ‘자율’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국은 국가, 국적, 국경을 초월한 거대 자본 및 국제기구들이 만들어낸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를 하나의 통합된 원리로 지배하는 일종의 탈영토적이고 총체적인 질서들의 혼합체. 맥도널드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다국적 기업과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 등 초국적 기구를 떠올리게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경제 중심’ 구상도 이 같은 ‘제국적 질서’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든 것을 획일화하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 것들이 모두 테러로 규정되는 이 시대의 대항 주체는 다중이다.
다중은 이러한 제국의 지배적 현실을 자각한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서, 1994년 사파티스타 봉기, 우리나라의 96년 총파업, 2003년 전지구적 반전시위 등 현실·사이버 공간에서의 저항을 주도한다. 다중은 제국의 내부에서 일방적 훈육을 거부하고 그 틈새를 파고들어 생태계에 대한 착취와 폭력적 무기를 생산하는 제국을 거부하며 ‘절대적 민주주의’로 나아간다.
조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전 지구적 수용소, 보편적 전쟁질서, 휴식없는 치안기계’(제국기계)로 파악될 수 있는 21세기 세계질서 속에서 제국의 명령과 착취를 거부하고 해방으로 이끌 새로운 주체, 다중의 힘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이라고 말한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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