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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평양의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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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10-27 16:36:00 수정 : 2004-10-27 1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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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샹파뉴는 포도 재배의 북위 상한선에 자리잡고 있다. 요즘 같은 가을, 파리에서 자동차를 타고 동북쪽으로 1시간여 달리다보면 도로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빛 평원이 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그 들판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샤르도네 와인 등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 때 사용하는 포도주인 샹파뉴, 영어식 발음으로는 샴페인이다. 병뚜껑을 딸 때 거품이 나오는 이유는 병 속에서 잘 발효된 샴페인 기체가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1997년 IMF 환란 전 외국의 유수 연구소와 언론은 “한국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는 게 아니냐”며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에 도취한 한국, 한국인에게 걱정 어린 충고를 전한 바 있는 것처럼 ‘샴페인’은 우리에게 묘한 의미를 안겨주곤 한다.
그런데, 이번엔 홍콩 영자지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또다른 측면의 ‘샴페인론’을 펼쳤다. 이 신문은 ‘평양의 더러운 일해주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의 집권여당이 제출한 국가보안법과 언론 관련법은 마치 평양에서 쓰인 듯하다”며 “한국의 집권자들이 북한의 더러운 일을 해주겠다는 자발성을 보여줘 평양은 샴페인을 터뜨릴 만하다”고 우려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어이가 없다” “천박한 매카시즘의 표현”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감정적 반발만 할 일도 아닌 듯싶다. ‘개혁’이란 명분 아래 안보 위약을 초래, 평양의 북한 정권 담당자들이 샴페인을 들며 쾌재를 부를 수 있다는 미국 최대 경제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의 아시아판 신문 분석에 귀기울일만한 것이다. 외국에 그렇게 보였다는 것 아닌가. 채근담에 “행함에 마땅한 얻음이 없다면 자신을 되돌아보아 허물을 구해야 한다”(行有不得 反求諸己)고 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든 남의 탓만 하지 말고 그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아 반성하라는 교훈이다.
황종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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