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를 타고 플래시 애니메이션 제작단 ‘오인용’은 오는 10월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는 다섯 번째 ‘연예인지옥’ 시리지를 준비 중이다. 4편까지는 ‘무뇌중’ ‘스티봉유’ 등이 주인공이었다. 2002년 여름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오인용 멤버들은 계원조형예술대학 애니메이션학과 97학번 동기생들이다. 장석주(Devil·26), 장동혁(Sidrock), 정지혁(Hyunkgoon), 민상식(Shikman)씨 등이 그들.
모두 프로다. 인터넷이나 플래시 애니메이션 붐에 힘입어 유명하게 된 것 같은 아마추어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오인용은 준비된 ‘스타’다. 이들이 졸업 작품으로 제작한 단편애니메이션 ‘교차로’ ‘나카무라의 비밀’ 등은 국내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상을 탔고 해외로 수출되기도 했다.
2002년 졸업 후 애니메이션 플래시 회사를 취직했지만 비전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자금 마련을 위해 ‘오인용’이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일주일에 3편씩 작품을 홈페이지에 연재하며 네티즌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다작이지만 대충대충 임하진 않았다. 기획과 스토리 창작 등을 제대로 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 장씨는 척박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 과정이었다고 회고한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기획이 약하죠. 기술적인 면에서는 뛰어날지 몰라도 작품의 독창성이 뒤떨어집니다. 그러다보니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되고 하나둘 제작사들은 망하게 되는 거죠. 우리가 대학갈 때만 해도 전국에 애니메이션 학과가 3군데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50개가 넘어요. 여기 나온 졸업생들은 취직할 곳이 없습니다.”
온라인 유명스타가 됐지만, 지난 2년은 그리 풍족했던 시절이 아니었다. 강남구 논현동 지하 단칸방에서 힘들게 작업했다. 전기세를 제때 내지 못했다. 도시가스가 끊긴 적도 있다. 오인용이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다섯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네명. 떠난 이도 있다.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
현재까지 오인용 홈피를 방문한 이는 모두 3500만명. 하루 접속자는 5만명에 달한다.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오인용은 네 청년의 색깔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 있다. 군복무 비리 연예인들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인용의 실제 생활을 모델로 제작한 ‘으라차 오인용’, 동물농장의 에피소드를 다룬 ‘돼지’, 일본 애니메이션을 패러디한 ‘중년탐정 김정일’ 등은 그들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몇몇 작품에는 거침없는 욕설과 과격한 이야기를 담아 카타르시스를 준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지난 6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유해 사이트로 지정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현재 연예인지옥 등 유명 플래시는 정통윤의 지적에 따라 잠시 서비스를 중지한 상태다.
“정통윤의 지적을 받아들여서, 오는 9월 홈페이지 갱신을 통해 회원제로 거듭날 생각입니다. 성인 대상과 청소년 대상을 구분해서 서비스하는 거죠. 새로운 홈페이지에는 지난 2년간 제작한 200여편뿐만 아니라 ‘으라차 오인용 2편’ ‘돼지 6편’ ‘중년탐정 김정일 3편’ 등을 보여드릴 겁니다.”
무엇보다 오는 10월 공개되는 ‘연예인지옥’편을 보고 어떤 연예인이 발끈하게 될지 관심을 끈다. 이번에는 어떤 연예인을 모델로 했냐는 질문에 오인용 멤버들은 자신들 애니메이션 첫 문구로 답변을 대신한다.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인물, 사건, 회사들은 허구이다. 어떤 실재 인물과의 유사성은 현존인물이든 망자이든 전적으로 우연이다.’
우한울기자/erasm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