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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군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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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08-13 16:17:00 수정 : 2004-08-13 1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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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를 막론하고 화가의 필력은 말 그림에서 나타난다는 속설이 있다. 서양미술사에서도 숱한 화가들이 전쟁의 참혹함과 역동성을 담은 군마의 모습을 많이 그렸지만, 군마도(群馬圖) 하면 역시 갈필(渴筆)과 파묵(破墨)으로 척척 그려낸 동양화의 힘찬 팔준도(八駿圖)다. 중국 원(元)대 초기의 천재 조맹부(1254∼1322)가 그린 팔준도도 유명하다. 이를 모방한 무명 화가의 키치(이발소그림) 수준의 팔준도가 지금도 중국 대륙의 웬만한 서민들 집을 장식할 정도로 흔한 그림이기도 하다.
고려 후기 이래 우리나라에서도 팔준도는 짐승 중의 영웅호걸인 말의 덕성과 기개, 활력을 표현하는 그림 소재로 사랑받았다. 특히 세종이 당시 화단 최고 거장이었던 안견(安堅)에게 명해서 태조 이성계와 세조가 타고 다니던 말들을 개국공신으로 우대, 이름과 공적 사항을 일일이 적고 찬(讚)을 써넣은 ‘팔준도’와 ‘12준도’를 그리게 한 것은 유명하다. 원화는 소실됐지만 신숙주가 이를 보고 “바람을 일으켜 일세의 위대한 광경을 솟구치게 해 보는 사람의 기가 질리게 한다”고 말했다니 말의 기상과 생명력이 충천한 명화였을 것이다. 지금 전해지는 숙종대 작가미상의 ‘팔준도첩’은 그 모작이라 할 수 있다.
외교통상부 신청사 1층에 걸린 군마도의 말들이 최근 잇따라 터진 장관 경질, 김선일씨 사건 등 외교부 흉사의 원인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원래 동양화로 그려지던 군마도를 유화로, 그것도 20마리씩이나 그렸다니 기(氣)가 압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21세기 국가외교를 책임지는 부처에서 한때 ‘도약’을 상징했던 이 그림 탓을 하고 있다면 기가 막힐 일이다. 액막이용으로 외교사료를 전시했다는 설이 나돌 정도니 국운을 고사떡과 굿에 맡길 셈인가. 차제에 이라크 테러집단을 향해 무서운 사천왕상 초상화를 걸어놓는 건 어떨까.
차미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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