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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된 뽀뽀뽀 "그래도 사랑해요!"

입력 : 2004-06-18 09:34:00 수정 : 2004-06-18 0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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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뽀뽀뽀'' 초대 뽀미언니 왕영은·막내 김동희 어린이 프로그램으로서 ‘뽀뽀뽀’는 상징적이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주제곡만 들어도 어린 시절의 회상에 젖을 어른들이 적잖을 터이다.
그러나 MBC의 장수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월∼수, 오후 4시5분)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이처럼 인기가 떨어지는 현상은 제작진은 물론이고 ‘뽀뽀뽀’를 진행하는 뽀미언니에게도 적잖은 걱정거리일 터. 이런 상황에서 1대 뽀미언니 왕영은(사진 왼쪽·44)씨와 20대 뽀미언니 김동희(사진 오른쪽·22·중앙대 연극과 3학년)씨가 만나 ‘뽀뽀뽀’와 뽀미언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얘기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뽀뽀뽀’ 진행을 맡고 있는 김씨는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공개 오디션에서 500여 경쟁자를 물리치고 뽑혔다.
# ‘뽀뽀뽀’는 각본 없는 드라마
왕영은(이하 영은)=동희씨, 우리 두 번째 보는 거네. 동희씨는 숫기도 있는 것 같고, 다른 뽀미언니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지목된 것과 달리 어릴 때부터 뽀미언니를 꿈꿔왔다고 하니까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김동희(이하 동희)=에구, 선배님도. 저번에 처음 만났을 때는 대선배님이라서 얼마나 떨렸다고요. 게다가 뽀미언니 하면 지금도 선배님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만나게 돼서 정말 영광이죠.
영은=하긴 내가 진행할 때만 해도 ‘뽀뽀뽀’ 방송 시간에 훈련을 그만두고 방송을 시청한 군부대도 있다고 들었거든.(웃음) 뭐 아이들은 ‘뽀뽀뽀’를 보다가 지각하는 경우도 많았고.
동희=일단 아이들을 잘 알고 친한 사람이 유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를 좋아하는 것은 뽀미언니의 필수조건이겠죠. 중요한 건 ‘친구 같은 뽀미언니’가 돼야 한다는 것이고, 아이들 눈 높이를 맞춰서 함께 놀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영은=내 경우엔 처음엔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거든. 그런데 진행하면 할수록 아이들이 좋아지더라고. 더 중요한 것은 진행자를 포함한 출연진이 화면에 예쁘게 나오기 위해 ‘연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거야. 내가 진행할 때만 해도 ‘누워 있는 아이’, ‘집에 가겠다고 우는 아이’ 등 별의별 아이가 다 있었지. 완전 도떼기시장이었어. 그래도 그때는 하루하루가 즐거웠어. 미리 짜인 각본대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동희=맞아요. 19대 뽀미언니 때까지는 출연하는 아이들에게 대본을 주고 연기하게 했대요. 그랬더니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었나봐요. 하지만 대본도 없이 아직 카메라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방송을 진행하려니 너무 힘들어요.
영은=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아이들이 카메라를 모르고 엉뚱한 일들을 많이 하면 할수록 프로그램의 성격이 사는 법이거든. 설사 NG가 날 만한 상황이더라도 애드리브(즉흥연기)를 통해 아이들의 행동과 이야기를 계속 진행시켜야 해.
동희=옳은 말씀이에요. 제가 요즘 고민하는 부분들이었거든요. 아직 전 멀었나 봐요.
영은=이제 겨우 시작인 걸 뭐. 하여간 난 ‘뽀뽀뽀’를 떠나고서도 뽀미언니 이미지를 벗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 시사·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아이들에게 하는 말투가 나오는 거야. 그때는 참 난감하더라.
# ‘뽀뽀뽀’와 뽀미언니의 과거 그리고 미래
동희=저도 마찬가지지만 출연하는 아이들도 공개모집을 통해 뽑았거든요. 선배님 때는 어땠어요?
영은=내가 ‘뽀뽀뽀’를 진행할 때만 해도 공개모집 외에 방송국에서 멀지 않은 곳을 직접 찾아가서 아이들을 선발하기도 했어. 예쁜 아이들보다 짖굿고 장난스럽더라도 적극적인 아이들을 뽑아서 방송에 출연시켰지. 아이들을 꾸며서 방송에 내보내는 것은 싫고, 그렇다고 숫기가 없어 조용한 아이들을 데리고 방송하기는 너무 재미가 없잖아.
동희=아이들 모습을 가식적으로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 되면 아이들은 금방 싫증을 내더라고요.
영은=나는 그래서 뭔가를 가르칠 때는 아이들에게 “어린이 여러부∼운 지금 언니를 보고 있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식으로 단둘만의 대화라는 것을 강조했어. 그렇게 진행하면 아이들도 내가 자기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 말을 잘 따르거든.
동희=정말 좋은 방법이네요.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엔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영은=하긴 유치원이나 유아교육 혜택을 못 받는 아이들이 대다수인데도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방송사의 편성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뽀뽀뽀’처럼 나중에 어른이 돼서 돌아봐도 향수를 느낄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말이야.
동희=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느끼는 재미는 예전과 좀 다르지 않나요? 잘 모르겠지만….
영은=요즘 아무리 컴퓨터나 동화책 등 놀이문화가 다양하고 시대가 변했어도 아이들에게는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어. 아이들 세계를 인정해주고 함께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동희=정말 신기해요. 제가 맡고 나서 교훈만을 주려는 형식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변화시키고 있거든요. 선배님이 말씀하신 것과 다르지 않아요. 앞으로 ‘뽀뽀뽀’는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친근한 느낌으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
영은=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1, 2, 3 을 가르치기보다 숫자가 어디에 쓰이는지를 알려주라는 거야.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게 중요해. 진행도 말을 너무 잘하는 것보다 풋풋함을 유지해야 아이들과 친밀감도 높아지거든. 동희씨가 NG를 내지 않는 뽀미언니가 되기보다는 시청자에게 ‘편안하고 재미있는 언니’라는 소리를 듣게 됐으면 좋겠어.

◇(위 왼쪽부터)7대 장서희, 10대 김혜영,11대 이의정,14대 김수정,15대 조여정,17대 김혜연, 19대 김경화,18대 김민정
글 정재영, 사진 허정호기자/sisleyj@segye.com

PD만 100명 거쳐… 개그맨 등용문
■‘뽀뽀뽀’는 어떤 프로그램

1981년 5월 25일 오전 7시50분에 첫 전파를 탄 뒤 16일 현재까지 6326회가 방송된 ‘뽀뽀뽀’. 총 방송 시간만 2670시간이 넘는다. 방송 기간이 긴 만큼 뒷얘기도 많다. 이제껏 ‘뽀뽀뽀’를 거쳐간 제작진은 첫 연출자 이재휘 PD부터 현 윤진영 PD까지 100명이 넘고, 작가도 200여 명에 달한다. ‘뽀식이’ 이용식, ‘뽀병이’ 김병조를 비롯해 이윤석, 김국진, 서경석, 김진수 등 상당수 쟁쟁한 개그맨도 ‘뽀뽀뽀’를 거쳐갔다.
하지만 ‘뽀뽀뽀’는 90년대 초부터 인기가 바닥나며 시청률이 떨어져 93년에는 주 1회 방송으로 축소됐다가 잠시 폐지되기도 했다. 이후 여성단체들의 반발로 재방영되기 시작했지만, 2000년부터 방영 시간이 오전에서 오후 4시10분으로 옮겨졌다가 지금은 매주 월∼수요일 오후 4시5분에 방영되고 있다.
‘뽀뽀뽀’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외국산 어린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학원이 늘어난 데도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뽀뽀뽀’의 성격이 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프로그램’으로 변질되면서 프로그램 자체가 지루해졌다는 것이다.
이번에 뽀미언니와 출연하는 아이들을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한 것도 예전의 ‘즐기는 뽀뽀뽀’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이다. 사실 이전까지는 출연한 어린이들이 대본에 따라 연기하는 식이었지만, 20대 뽀미언니를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으면서 출연하는 어린이들의 나이도 6∼8세에서 4∼6세로 낮추고 대본도 없앴다. 즉석연기를 펼쳤던 예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
이번에 공개 모집으로 뽑힌 김동희씨는 20대 뽀미언니다. 여태껏 ‘뽀뽀뽀’를 거쳐간 뽀미언니 만도 19명이란 얘기다. 탤런트가 대부분이고 아나운서 출신도 더러 눈에 띈다. 항상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초점을 두고자 했지만, 그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인물은 드물다.
1대 뽀미언니 왕영은씨를 비롯해 길은정(2대), 최유라(6대), 황선숙(8대), 김혜영(10대), 김경화(19대) 등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뽀미언니를 거쳐갔다. 이들 중 드라마 ‘인어아가씨’로 뒤늦게 이름을 알린 장서희가 7대 뽀미언니였고,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의 이의정이 11대, ‘야인시대’의 조여정이 15대 뽀미언니 출신이다.
정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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