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테러현장=18일 발생한 바스라 테러는 바그다드 테러 하루만에 외국인들이 주로 머무는 호텔을 겨냥해 같은 방식으로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앞서 17일 발생한 바그다드 마운트 레바논 호텔 테러현장은 바그다드의 상업중심가여서 피해가 더욱 극심했다. 폭탄이 터졌을 때 호텔 2층 객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탈출한 지하드 아비 무슬레씨는 “피투성이가 된 호텔 관리인이 복도에서 ‘신이여, 제발 좀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면서 쓰러져 있었다”면서 “겨우 밖으로 나갔는데 거리가 온통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고 전했다. 라드 압둘 카림씨도 “많은 사람들이 숨졌는데 어린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밤새 사건현장에서 맨손으로 깨진 유리창과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를 헤치고 생존자와 시신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라크의 한 공무원은 “희생자들이 대부분 이라크인”이라고 했고, 미군 관계자는 “사망자로 보도된 서방인들은 없다”고 말했다.
◆연쇄테러 신호탄?=이라크는 연쇄테러 공포로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미군정 당국은 비상태세다. 저항세력이 이라크전 개전 1주년을 맞아 바그다드 시내 중심부의 핵심 시설을 공격하는 등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첩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다. 지난 2일에는 바그다드 와카르발 시아 사원에서 연쇄 폭탄공격이 발생해 800여명이 사상했다. 미국은 스페인 마드리드 폭탄테러와도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군은 저항세력의 동시다발적인 고강도 테러 공격이 최소한 바그다드 함락일(4월9일)이 낀 다음달 초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테러현장을 목격한 미군 존 프리스비 소령은 “외국인 테러리스트들이 민주적인 절차를 파괴하기 위해 이라크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며 “이번 테러는 분명 지하드(성전)의 성격이 다분하다”며 후속 테러를 우려했다.
또 앞으로 쿠르드족의 봄축제(3월21일)와 시아파 무슬림의 아르비엔야(이맘 알 후세인의 서거일로부터 40일째 되는 날· 올해는 4월10일) 등 종교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한번 테러가 터지면 대량 인명피해가 불보듯 뻔한 일이어서 이라크 전역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은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다.
"곧 대형테러 날것"
키르쿠크 민심 흉흉
바그다드에서 호텔 폭탄 테러가 발생한 17일 한국군 파병 예정지인 키르쿠크를 찾았다. 차량으로 바그다드에서 키르쿠크까지 3시간 반 남짓 달리는 동안 검문소 11군데를 지나야만 했다. 검문은 대부분 간단히 끝났으나 2곳에서는 차량 뒤 트렁크 안의 가방까지 샅샅이 뒤졌다. 바그다드에는 전쟁 발발 1주년인 20일 엄청나고도 잔인한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또 쿠르드족이 주민의 60% 이상인 키르쿠크에서 21일 대형 사고(테러)가 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한 상태다. |
21일은 크루드족 달력으로 새해 첫날. 크루드족은 이날 불을 피워 새해를 맞이하는 대규모 축제를 벌인다.
호텔에서 만난 이탈리아 사업가 칼를로스 모리조는 이라크 임시헌법이 서명된 지난 8일 사람들이 기쁨에 넘쳐 허공에 총을 쏴댔다며 오후 6시 이후엔 호텔에서 나가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어두워질 무렵 기사와 사진을 보내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걸어서 20분 거리인 인터넷 카페까지 소총을 든 경찰이 기자 일행을 데려다줬다. 기사를 전송하고 9시가 다 돼서 카페를 나왔더니 밖은 온통 깜깜했다. 바그다드와 마찬가지로 키르쿠크에도 전기가 갑자기 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불빛이 모두 꺼진 키르쿠크의 주도 타밈은 무척 살벌하다. 시내 저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와 미군 전투기의 굉음 소리가 공포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별 탈 없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 바그다드 레바논 호텔 폭발 소식을 들었다. 호텔 1층 로비에서 다른 투숙객들과 함께 알 아라비아 TV가 보도하는 테러 뉴스를 지켜봤다. 현지인과 소식통들에게 긴급히 연락해 취재에 나섰다.
한국에 기사를 급히 보내고 방으로 올라왔지만 쉴 수가 없었다. ‘꽝’ 하는 폭발음이 크게 들리더니 이내 가까운 곳에서 사이렌 소리가 진동했다. 바그다드에 있을 때도 폭발 소리가 나면 곧바로 총소리가 요란하게 이어지곤 했다. 폭발음이 마치 무슨 공격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호텔 직원 말로는 일단 폭발사고가 나면 흥분한 시민들이 총을 쏴대거나 소규모 테러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낮에 만난 키르쿠크 주정부의 이르파오 알 쿠르크키 부주지사는 키르쿠크가 다른 곳보다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 노무현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예방했다고 했다.
주정부에서 미군 통역으로 일하는 물라카 이스마엘 역시 키르쿠크의 치안이 아주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며칠 전에도 테러로 많은 사람이 숨진 소식을 들었다고 했더니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암살당하지 않았냐. 위험은 전 세계 어디나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정부의 경비는 무척 삼엄했다. 부주지사를 만나려면 미군과 보안요원 등 10명 이상을 거쳐야 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