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 유재형 6단 黑 최철한 7단
제2보(12∼25)=새로운 기전인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이 그 나름으로 독특한 대국방식을 도입해 닻을 올렸다. 그동안의 기전은 토너먼트나 리그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왕중왕전은 25세(25세 이하, 26∼50세, 51세 이상)를 단위로 3개 파트로 세대별로 ‘왕’을 뽑고, 각 부문별로 8강까지를 선정해 24명이 토너먼트로 ‘왕중왕’을 최종적으로 가린다는 것.
대국방식으로는 ‘전자’의 스피디함에 초점을 맞춰 제한시간 20분, 초읽기 40초(일반기전은 1분) 3회로 한 대국이 2시간을 넘지 않게 맞췄다. 총예산을 5억원으로 국내기전 가운데 규모가 제일 크다. 원로기사인 윤기현 9단이 이 기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보를 되물려 우하변을 다시 짚어본다. 들로 세칸을 벌렸으면 으레 로 일단 침입수를 들이미는 게 거의 불변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18까지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정석코스다. 그런데 중국기사들은 최근에 로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한다. 이유는 실(實)이 너무 커서 보태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발은 느리지만 참고1도 흑1로 참으면서 백의 응수에 따라 흑도 다음 수를 챙긴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대해 국내에서도 수긍하는 기사들이 많아졌다.
좌하귀에서 20∼22로 고분고분 지키고 이어서 24로 좌상귀에서 지킨 것도 유재형 스타일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축축 처지는 듯한, 느슨한 행마로 일관하고 있다. 좀은 성미 급한 기사입장에서는 답답함을 금할 수 없는 행마법이다.
19로 걸쳤을 때 20으로는 하변의 흑진영이 커지는 것을 의식해서라도 참고2도 백1로 협공해대고 싶기는 하다. 이 경우 흑8까지의 진행이 예상되는데, 실리에 민감한 유재형으로서는 상대방에게 좌하귀를 그대로 내주는 것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24로 지키는 데 유재형이 모처럼 12분10초를 장고했다. 뜸을 들인 이유는 백 ‘가’로 가느냐 마느냐를 고민했을 것이다. 특히 요즘 경향이 아주 실전적이라 백 ‘가’는 너무나 당연한 착점이다. 우선 상변의 흑진영이 부푸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에서도 백 ‘가’는 극히 타당한 점이었다.
이건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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