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인상에 걸맞게 수리부엉이는 주로 암벽에서 서식하며 각종 조류와 토끼, 뱀, 쥐 등을 먹이로 하는 밤의 제왕이다. 그렇지만 이놈들은 사람과 제법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한국조류보호협회를 자주 방문할 때 치료소에서 수리부엉이의 얼굴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본 적이 있다. 노란 색 눈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지만 눈빛이 슬펐다. 몸이 아파 날 수 없는 처지를 호소하는 듯했다.
그 슬픈 눈빛은 기자의 발길을 일산, 파주, 김포, 대전 등 수리부엉이가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야생으로 자유로이 살아가는 다른 녀석들에 대한 동경이 그 슬픈 눈빛에 담겨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리부엉이는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조류들 중 가장 빨리 번식하는 새로 2월이면 알을 낳고 3월이면 부화한다. 이렇듯, 겨울에 새끼를 낳는 것은 주요 먹이인 겨울 철새 때문이다. 철새들이 번식지로 떠나기 전에 새끼를 키우려는 것이다.
수리부엉이가 둥지에서 포란 중 일 때는 둥지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놀란 어미가 둥지를 떠나면 쉽게 둥지로 돌아오지 않아 추위에 알들이 얼어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엉이가 새끼 세 마리를 낳으면 대풍년이 든다” “밤에 부엉이가 울면 그 해엔 풍년이 든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부엉이가 새끼 세 마리를 키우려면 밤마다 엄청난 수의 들쥐를 사냥해다 먹여야 하므로 곡식 도둑을 소탕한다 하여 전해 오는 말인데, 이 때문에 옛 사람들은 부엉이를 귀하게 여겨 왔다. 수리부엉이는 먹이를 비축하는 습성이 있어 둥지를 발견하면 겨우내 꿩이나 오리 고기를 대놓고 먹을 수 있다는 속설이 생기기도 하였고, 이런 습성에서 재물을 상징하기도 한다.
살며시 먹잇감에 접근하여 맹수 같은 무시무시한 발톱으로 사냥하는 수리부엉이는 올빼미과의 새들이 그러하듯이 날갯짓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냥법 때문에 밤에 찾아오는 저승사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아닌게아니라, 한밤중의 부엉이 울음 소리는 섬뜩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부엉이가 동네를 향해 울면 그 동네의 한 집이 상을 당한다는 말이 생겼다.
이종렬기자/leejr@segye.com
※자세한 수리부엉이의 이야기는 www.segye.com‘이종렬의 생태이야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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