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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나의 필름포커스]8명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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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02-06 15:50:00 수정 : 2004-02-06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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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범인일까…8人8色 내숭 뒤집기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듯이, 비밀과 거짓말 없는 가족관계는 없는 법. 8명의 여인들 각자에게 아버지, 남편, 사위, 오빠 혹은 주인님으로 관계를 맺은 마르셀을 누가 죽였는가를 추리해가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겉으론 ‘파워맨’ 마르셀에게 종속된 듯하면서 속으로는 자기 실속을 차리는 8여인 8색이 흥미진진하게 화면을 채색해나간다. 여배우 캐릭터마다 고유한 색과 더불어 그들 각자 샹송 뮤지컬을 구사한다.
따라서 영화보기의 재미는 3세대에 걸친 프랑스영화사를 배우 이미지 파노라마로 따라잡는 즐거움을 누리는 데 있다.
카트린 드뇌브는 60세에도 ‘프랑스인형’이란 우아함을 여전히 간직한 부르주아 부인·어머니·딸 역을 그녀식으로 해낸다. 남편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채 첫사랑을 기억하는 그녀는 ‘셸부르의 우산’에 나오는 바로 그때 그 시절의 드뇌브를 떠올리게 한다.
이자벨 위페르는 카니발적인 캐릭터로 변모한다. ‘피아니스트’의 억압된 욕망의 독신녀 이미지는 3류 로맨스소설 클럽에 가입하고, 또 형부를 유혹하는 속내를 드러내는 극단성으로 치닫는다.
자유분방한 고모 역의 파니 아르당은 여전히 눈부신데다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이웃집 여인’에서처럼 관능적 매력을 물씬 풍기는 그녀는 화면에 불을 지른다. 남자들과의 연애와 좌절, 게다가 하녀인 샤넬과의 동성애 폭로에 적대자인 올케 카트린 드뇌브와의 과감한 스킨십까지 불사하는 그녀는 욕망의 화신이다.
할머니 역 다니엘 다리외는 그 존재 자체가 영화사이다. 90세에 가까운 그녀는 불화하는 두 딸들에 싸여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채권건으로 사위를 속이기까지 한다.
하녀역의 에마뉘엘 베아르는 ‘마농의 샘’이나 ‘프랑스여인’에서 보여준 관능적인 자태로 유혹적 시선을 흘리며, 팜 파탈(매혹적이지만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위험한 여인)을 소화해낸다. 또 다른 하녀로 나오는 피르민 리샤르의 중후한 매력도 멋지다. 두 딸로 나오는 비르지니 르두아앙, 뤼드빈 사니에르의 깜찍한 용의주도함은 다채로운 여성들 간의 차이와 개성, 주체적 욕망을 수행하는 화려한 꽃밭을 만드는 데 손색이 없다.
결국 추리소설 탐독가인 막내딸과 아버지가 공모한 계략은 감독인 프랑수아 오종의 뒤집기식 결말로 추리극에 동참해온 관객의 허를 찌른다. 부의 근거, 사회적 신분의 말뚝이지만 욕망의 억압을 표상하는 한 남자를 제거함으로써 이 여자들은 자유롭고 솔직해질 가능성을 선사받는다. 그래서 오종 영화를 보는 건 기이하게도 남자가 여성 관객의 욕망 해소를 ‘꼬인 방식’으로 가능하게 해줄 수도 있다는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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