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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계식의 방송가 뒷얘기]단막극 없이는 大作도 없다

입력 : 2003-12-26 11:37:00 수정 : 2003-12-26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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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는 TV 단막극의 전성기였다. 80∼87년 KBS 1TV ‘TV문학관’과 83∼89년 MBC ‘베스트셀러극장’은 한국의 TV 영상문화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프로그램은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수준 높은 영상미학과 작가주의를 앞세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연속극이 드라마의 전부인 줄 알던 시대에 이들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호응을 등에 업고 ‘단막극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강산이 바뀐 지금 단막극은 일부 방송사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빡빡한 예산에 따른 제작비 부담, 연속극 강세로 인한 연기자들의 출연 기피, 낮은 시청률, 소재 발굴의 어려움 등 각종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것.
현재 지상파 3사에서 단막극의 맥을 잇는 작품은 ‘베스트셀러극장’의 후신 ‘베스트극장’(91년), ‘TV문학관’의 후신 ‘신TV문학관’(96년), KBS2 ‘드라마시티’, SBS 오픈 드라마 ‘남과 여’ 등이다.
이들 방송사 가운데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곳은 KBS와 SBS.
KBS는 올해 분기마다 한 작품씩 모두 4편의 ‘신TV문학관’을 방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3편만 제작·방영되고, 나머지는 기획 단계에서 백지화됐다. 지난해 제작할 예정이었던 한 작품이 예산문제 등으로 올해로 미뤄지면서 악순환이 일어난 것.
‘드라마시티’ 또한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요일 심야시간대 방송됐으나 올 들어 화요일 심야시간대로 옮겼다, 지난 가을개편부터는 일요일 아침시간대로 다시 이전하는 등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KBS 드라마 PD들은 “아침시간대는 소재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편성국의 횡포”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부분 야외촬영으로 이뤄지는 단막극은 연속극에 비해 편당 제작비가 1.5배 정도 많다. 게다가 KBS2의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이나 종영된 ‘결혼이야기’ 등 여성 월간지의 단골 메뉴를 소재로 잡은 ‘아류 단막극’에 비해 시청률 또한 앞서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효율성 작은’ 프로그램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
SBS는 ‘남과 여’라는 제목을 달아 소재 자체를 사랑 얘기로 한정해 정통 단막극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다분히 시청률을 의식한 처사다.
최근 우리 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배경에는 실험성 짙은 단편영화를 만들어온 탄탄한 신인 감독들이 있었다. 역시 드라마 PD의 ‘사관학교’라 불리는 단막극이 죽는다면 훌륭한 연속극이나 대작은 나올 수 없다.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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