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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의 방송작가 클로즈업]''일요일 일요일 밤에'' 강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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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3-12-19 11:20:00 수정 : 2003-12-19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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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웃은 뒤 여운이 남는, 그런 코미디를 꿈꿔요” 만해 한용운은 ‘논개의 애인이 되어서 그의 묘에’라는 시 말미에 “나는 웃음이 겨워서 눈물이 되고 눈물이 겨워서 웃음이 됩니다”라고 했다.
웃음과 눈물의 역설을 절묘하게 표현한 이 시구는 MBC 코미디프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강제상(40) 방송작가와 딱 맞는 말이 될 것 같다. 찰리 채플린의 흑백 코미디영화 ‘라임 라이트’를 보고 펑펑 울었다는 그. “하도 많이 웃다 보면 눈물이 나잖아요? 난 그런 게 정말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웃음의 원형질은 눈물이고, ‘눈물’ 없인 코미디도 없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코미디작가 생활 17년째인 강 작가는 웃음과 눈물에 관한 역설의 미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강 작가가 1980년대 말부터 구성작가로 참여한 일밤은 ‘한국을 대표하는’ 일요일 저녁 TV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특히 90년대 초반 코미디언 이경규가 소형 마이크를 들고 나와 “몰래카메라(이하 몰카)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와 함께 시작했던 몰카 코너는 그야말로 온 국민을 자지러지게 했다.
“일밤의 전신인 ‘일요일밤의 대행진’은 시사풍자 코미디프로의 시초격으로 꽤 인기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민주화가 진척된 뒤부터는 시사풍자 코미디의 인기가 그전만 못하고 갈수록 시들해지더라고요. 1990년 봄 저와 송창의 PD, 개그맨 주병진·이경규씨 등이 모여 새로운 포맷에 대해 고민하다 성인 취향의 코미디를 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어요. ‘토크 코미디’를 새롭게 선보이자는 거였죠.”
이렇게 해서 탄생한 일밤은 MC 주병진과 이경규, 노사연, 김흥국이 감초로 출연해 ‘배워봅시다’ ‘시청자 비디오’ ‘몰래 카메라’ 등 코너로 ‘연속 홈런’을 쳤다. 강 작가는 특히 몰카의 성공비결에 대해 ‘사회 흐름을 잘 짚어냈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90년대 초반의 사회 분위기는 ‘권위 타파’였고, 사회 저명인사들의 감춰진 속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몰카에 사람들은 ‘후련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처럼 90년대 초반 사람들을 안방 TV 앞에 불러모았던 일밤 구성작가를 14년째 해오고 있는 강 작가는 지난 12일 한국방송작가상 예능부문을 수상하는 경사를 맞았다. “저뿐만 아니라 MC와 PD 등이 다같이 고생을 한 덕분입니다. 일밤 MC도 그새 많이 바뀌었네요. 주병진, 최수종, 이재룡, 이문세 등이 진행을 맡다 이젠 ‘집단 사회 체제’로 정착된 셈이죠.”
일밤 외에도 ‘휴먼TV 앗 나의 실수’ ‘테마게임’ ‘웃으면 복이 와요’ ‘오늘은 좋은 날’ ‘뉴 논스톱’ 등 MBC에서 제법 인기가 높았던 코미디 프로의 대부분이 강 작가의 손을 거쳤다.
“마구 깔깔대고 마는 찰나적 웃음도 나쁘지 않지만, 전 개인적으로 한껏 웃고 난 뒤 남는 짙은 페이소스에 더욱 정이 갑니다.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를 한번 보세요. 인생을 모르면 ‘깊은 웃음’도 안 나옵니다.”
문화생활부 기자/julye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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