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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한계 다다른 아프리카 기아

입력 : 2003-11-04 15:39:00 수정 : 2003-11-04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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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內戰…무관심속 ''죽음의 땅'' 으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국제사회의 기아 지원이 40년 만에 최악을 기록, 아프리카의 기근이 내년에 더욱 혹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식량생산은 필요 이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수급 불균형으로 선진국에서는 식량이 남아도는 반면 아프리카의 기근현상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계속되는 내전과 가뭄으로 인한 기근,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아프리카는 죽음의 땅이 돼 가고 있다.<편집자 주>

‘길게 늘어선 배급행렬 속에 지쳐 쓰러지는 소녀들…. 불룩 튀어나온 배에 야윈 팔다리로 외계인처럼 보이는 어린아이….’
아프리카의 기아실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참담하기만 하다. 가뭄과 내전, 식량의 정치무기화 등 힘없는 아프리카인들이 굶어 죽어가도록 만드는 원인은 수없이 많다. 아프리카 남부지역 국가들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영양실조에 걸려 휘청거리고 있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가장 많은 소말리아의 경우 국민 4명 중 3명이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있다.
아프리카 기아의 가장 큰 원인은 가뭄이다. 아프리카 남부지역에는 오랜 가뭄으로 농사짓기가 아예 불가능한 곳도 부지기수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2년 연속 우기에 비가 내리지 않아 농작물 종자조차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다. 이미 600만명 이상이 아사위기에 놓였고, 800만∼900만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
에티오피아 관리들은 1984년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던 기근사태보다 최근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며 식량원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에티오피아 북쪽에 위치한 에리트레아도 오랜 가뭄으로 필요한 식량의 15%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30만명이 굶주려 당장 40만t 이상의 식량원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내전과 집권층의 비리도 아프리카의 기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앙골라는 정부군과 반군 간의 오랜 내전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식량이 제대로 옮겨지지 않아 집단으로 굶어죽는 마을이 속출하고 있다.
내전을 피해 무작정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농업기반이 무너진 지 오래다.
앙골라에는 석유가 상당량 매장돼 있지만 비리로 얼룩진 집권층이 석유수출 자금을 모두 빼돌려 국민들의 굶주림은 계속되고 있다.
앙골라 젊은이들은 굶주림을 견디다못해 군에 자원하고 있지만, 치열한 내전으로 사망하기 일쑤다.
정부가 반군을 제압하기 위해 원조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는 짐바브웨의 상황은 더욱 참혹하다.
짐바브웨 정부는 정부시책에 반발하거나 반군을 돕는 이들에 대해서는 국제단체의 지원식량을 나눠 주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를 핑계로 식량을 거의 배급하지 않아 배급행렬에 장시간 늘어섰다가도 허탕을 치기 일쑤다.
더욱이 짐바브웨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식량을 사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어 배급이 없으면 굶어죽을 수 밖에 없다.
한편 유전자변형식품(GMO)도 아프리카 기근 문제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잠비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GMO는 원조받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나 “당장 굶어죽어가는 국민들을 살리려면 GMO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선진국의 압력과 “GMO로 지원부담을 덜려 한다”는 후진국의 비난이 팽팽히 맞서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희균기자
/belle@segye.com

<식량난 해결책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의 기근을 해소하는 지름길은 선진국의 지원을 통한 식량의 수급 균형이다.
WFP는 지난달 창설 40년 만에 최악의 국제적 지원 부족으로 북한과 아프리카 등지의 기아구호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WFP는 올해 구호 대상은 1억1000만명, 필요자금은 43억달러 상당이지만 10월 현재 6억달러가 부족하다며 선진국의 지원을 호소했다.
제임스 모리스 WFP 사무총장은 현재 8억명이 넘는 기아자를 오는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려는 계획이 국제사회의 무관심으로 난관에 처했다고 밝혔다.
모리스 총장은 “날이 갈수록 농업투자가 급감하고 어획량과 삼림자원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기상이변까지 겹쳐 아프리카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선진국의 지원만이 아프리카의 기근을 구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진국이 배출한 막대한 오염원이 아프리카의 가뭄을 부추기고,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의 일방 노선이 아프리카 농업을 침체시켰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의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WTO가 농업의 세계화에는 기여했으나 농업의 특수성과 지역별 특색을 고려치 않아 아프리카·아시아·유럽 일부지역의 농업을 빈곤에 빠뜨렸으며, 결과적으로 이 지역의 기아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또 과학자들은 선진국의 환경오염이 아프리카의 가뭄과 기상이변을 불러와 기아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국제인권단체들은 WFP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선진국의 지원비율을 정해 아프리카의 기아 고통을 분담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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