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유적을 자신들의 것으로 지정, 중국 문화유산으로 삼겠다는 속셈이었다. 중국의 공작은 국가적 차원에서 ‘핵폭탄’의 위력처럼 진행됐다. 중국은 광개토대왕릉 정비를 위해 하루 아침에 민가 400호나 허물어 버렸다. 중국 사회주의가 아니고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무지막지스런 행위였다. 내년에 유네스코가 다시 북한에 조사를 나온다고 하지만, 결과는 부정적이다.
오는 22∼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리는 ‘제9차 고구려 국제학술대회’는 유네스코 요구에 대한 적극적이고 학술적인 대답을 구하는 자리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북한은 물론 현재 중국에 있는 고구려 벽화까지 모두 다뤄진다. 또 다른 대회 개최 의미는 올해가 고구려가 졸본성에서 국내성으로 옮긴 지 꼭 2000년이 되는 해라는 역사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5개국에서 발표자 35명, 토론자 34명, 사회자 10명 등 79명이 참여하는데, 단일 테마로는 가히 국내 최대 규모다. 1500년 전 역사를 컬러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특별한 의미 때문에 벌써부터 관심이 지대하다. ‘벽화 연구’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역사학(한국사, 동양사), 고고학, 미술, 국문학, 종교학, 민속학, 복식사, 서예, 음악, 경제학, 과학사, 천문학, 건축학, 화학, 금속공학, 식품영양학 등 대대적인 학제간 연대가 이뤄지는 것이다.
대회에는 고구려 연구와 문화유산 지정 관련 주요 인사들이 참가한다. 북한이 고구려 고분 벽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했을 당시 유네스코 현장조사단의 일원으로 직접 북한을 방문, 리포트를 제출했던 아리안 페랭(미국 필라델피아 아트뮤지엄)씨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고분벽화를 직접 발굴한 쿠바레프(러시아 아카데미 시베리아분소) 박사가 한국에 온다. 쿠바레프 박사는 4000년 전의 컬러 벽화를 발견한 주인공이다. 40장 정도의 고분벽화 사진을 국내 처음 공개한다.
김일권(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는 ‘벽화를 통해서 본 고구려 천문도와 요나라, 일본의 천문도’ 논문에서 고구려 천문도벽화가 고려나 중국의 요나라, 일본 등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몬다 세이치(門田誠一·일본 불교대학) 교수는 ‘고구려벽화와 일본 아스카 벽화 비교연구’에서 일본 벽화는 고구려와 중국 양쪽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박아림(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는 ‘고구려벽화와 감숙성 위진시기 벽화 비교연구’에서 고구려 벽화 제작 시기를 현재의 5세기가 아닌 4세기에 제작됐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고, 고구려 중기 벽화 제작 당시 중국은 고구려 초기의 벽화가 나타나는 등 중국내에서 고구려벽화가 가장 앞서고 우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소수민족 문화를 자기 것으로 삼는 데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정성수기자 hulk@segye.com
<고구려연구회회장 서길수회장>
“고구려 벽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3가지 시나리오가 있는데 북한이냐, 중국이냐, 아니면 북한과 중국이 동시에 등록하느냐입니다. 중국으로 등록되는게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그렇게 되면 고구려가 중국의 변방국쯤으로 인식되는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오는 22∼24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고구려 벽화의 세계’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여는 서길수(徐吉洙·60·서경대 교수·사진) 고구려연구회장은 “중국이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메가톤급 책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경제사를 전공한 서 회장은 우연찮게 고구려 연구에 골몰, 1986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래 지금까지 35차례나 중국에 들어가 중국 전역에 묻혀 있던 고구려 유적지를 발굴해낸 주인공. 고구려 산성 130여곳이나 찾아내는 쾌거를 이뤘다.
“내년에 있을 유네스코 현지 조사에 대비, 중국은 광개토왕릉 근처 민가 400여채를 하루 아침에 헐어버렸고, 군부대까지 이전시켜버렸습니다. 그뿐 아니라 중국의 외교력을 총동원, 세계문화유산 지정 문제를 다루는 기구인 이코모스(iccomos) 보고서에까지 간여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이고 있지요.”
지린(吉林)성 사회과학원 주도로 고구려연구가 100명이 동원돼 방략마련에 혈안이 돼 있다고 한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길림성은 고구려를, 흑룡강성은 발해를, 요령성은 한중관계를 각각 맡아 집중연구하고 있습니다. 중국 학자들이 우리의 지방신문까지 꼼꼼히 훑으며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하니 모골이 송연할 지경입니다.”
중국학자들보다도 중국내 고구려 유적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서 회장은 이 모든 것을 사재를 털어가며 진행했다. 그러나 그 보람도 없이 고구려가 중국 유산으로 넘어가려는 마당에 이제껏 고구려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섭섭함을 지울 길이 없다.
서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고구려 유적을 자국으로 등재하려는 중국의 이론과 책략을 만천하에 공개하겠다”며 준비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성수기자
<고구려연구회장 서길수 교수>
“고구려 벽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3가지 시나리오가 있는데 북한이냐, 중국이냐, 아니면 북한과 중국이 동시에 등록하느냐입니다. 중국으로 등록되는게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그렇게 되면 고구려가 중국의 변방국쯤으로 인식되는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오는 22∼24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고구려 벽화의 세계’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여는 서길수(徐吉洙·60·서경대 교수·사진) 고구려연구회장은 “중국이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메가톤급 책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경제사를 전공한 서 회장은 우연찮게 고구려 연구에 골몰, 1986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래 지금까지 35차례나 중국에 들어가 중국 전역에 묻혀 있던 고구려 유적지를 발굴해낸 주인공. 고구려 산성 130여곳이나 찾아내는 쾌거를 이뤘다.
“내년에 있을 유네스코 현지 조사에 대비, 중국은 광개토왕릉 근처 민가 400여채를 하루 아침에 헐어버렸고, 군부대까지 이전시켜버렸습니다. 그뿐 아니라 중국의 외교력을 총동원, 세계문화유산 지정 문제를 다루는 기구인 이코모스(iccomos) 보고서에까지 간여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이고 있지요.”
지린(吉林)성 사회과학원 주도로 고구려연구가 100명이 동원돼 방략마련에 혈안이 돼 있다고 한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길림성은 고구려를, 흑룡강성은 발해를, 요령성은 한중관계를 각각 맡아 집중연구하고 있습니다. 중국 학자들이 우리의 지방신문까지 꼼꼼히 훑으며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하니 모골이 송연할 지경입니다.”
중국학자들보다도 중국내 고구려 유적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서 회장은 이 모든 것을 사재를 털어가며 진행했다. 그러나 그 보람도 없이 고구려가 중국 유산으로 넘어가려는 마당에 이제껏 고구려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섭섭함을 지울 길이 없다.
서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고구려 유적을 자국으로 등재하려는 중국의 이론과 책략을 만천하에 공개하겠다”며 준비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성수기자
<고구려연구회란>
고구려연구회는 1994년 서경대 경제학과 서길수 교수에 의해 ‘고구려연구소’ 명칭으로 설립됐으며 이듬해 사단법인 고구려연구회로 인가가 났고, 1996년 법인등록됐다.
1995년 ‘만주에 거주하는 고구려 장수왕 후손에 관한 연구’ 제하의 학술대회를 연 이래 지금까지 8차에 걸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국내 정기 학술발표회도 28차례나 진행했다. 학술논문집은 ‘광개토호태왕비 연구 100년’(1995), ‘고구려 고분벽화’(1997), ‘고구려 산성 연구’(1999) 등 15집이나 편찬했다.
연구활동 정점에 늘 서 교수가 있었다. 연구회는 ‘러시아 연해주 발해 절터’(1998) 등 3집의 학술총서를 발간했고, ‘이천 이치리 절터’(1998) 등 두차례의 지표조사 및 발굴 보고서 간행, 2차에 걸친 러시아 발해 유적 발굴, 중국-러시아-일본 등 26차례 해외 역사유적 조사, 8차례 고구려 발해 역사유적 답사단(해외) 파견, 31차례 고구려 역사유적 답사단(국내) 파견, 고구려-발해사 대중화를 위한 문화대학 개설, 전시회, 초청 강연 등 고구려연구 활동을 끊임없이 이어나가고 있다.
박성봉 경북대 석좌교수, 신형식 이화여대 교수, 이희덕 연세대 교수 등 15명의 국내 자문위원과 아즈마 우시오(東湖) 일본 도쿠시마(德島)대 교수, 웨이춘청(魏存成) 중국 지린(吉林)대 교수, 이블리예프 알렉산드로보비치 러시아과학원 교수, 고명토 대만대 교수 등 18명의 해외 자문위원이 있다.
박찬규(단국대 동양학연구소), 윤명철(동국대 겸임교수), 김희찬(경희대 박물관)씨 등 12명의 젊은 연구원들이 의기투합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 지하방에 세들어 있는 연구실은 비록 규모는 작으나, 여기에 적을 둔 120여명의 회원들이 우리 고구려사를 굳건하게 지켜나가고 있다.
/정성수기자
<사진> 중국 길림성 집안시에 있는 다섯무덤(오회분) 4호에 그려진 벽화. 해신은 까만 새가 그려진 해를 이고 있고, 달신은 두꺼비가 그려진 달을 들고 있는데, 마치 최근에 그린 그림처럼 색깔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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