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결혼을 화두로 삼은 대부분의 영화들이, 결혼 당사자인 남녀의 애정 문제나 양쪽 부모와의 갈등을 소재로 하는 데 비해, ''위험한 사돈''은 장차 사돈이 될 양쪽 아버지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영화다. 돋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그 새로운 발상 자체가 영화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사돈관계가 될 양쪽 집안 아버지들의 직업을, 복사기 판매업자로 위장한 CIA 비밀요원과 무좀 전문 의사로 설정한 것도 재미있다. 서로 다른 차이에 의해 티격태격하는 것으로 영화 대부분을 끌고 가야 하는데, 두 사람이 비슷하면 재미없다. 달라도, 아주 심하게 달라야 한다. 이런 버디 무비들은, 일단 중심 캐릭터의 특징을 최대한 거리를 두고 벌려 놓는다.
두 사람을 비교할 때의 동일성과 차이 중에서, 전반부에는 두 사람의 차이를 강조하고 후반부에는 동일성을 강조하는 일반적 공식대로 영화는 진행된다. 2인 1조로 활동하는 경찰이나 범죄자들의 버디 무비도 아니고, 서로 다른 피부빛깔을 지닌 흑백 인종을 패키지로 묶어 모두에게 아부하려는 상업주의 관점의 버디 무비도 아니다. 구소련의 핵잠수함을 거래하는 무기밀매상으로 게이를 등장시키는 등, 어긋나는 상황 및 인물 설정은 신선한 웃음을 주는 데 기여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두 사돈 집안 남자들의 차이를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무좀 전문의 소심한 의사가 결혼을 반대하자, 대담한 비밀요원은 미래의 사돈을 업무수행중인 자신의 비행기로 납치한다. 그리고 무기밀매상 조직을 일망소탕하는 작전 속으로 그 사돈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처음에 소심했던 의사는 의외의 활약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가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할리우드의 상업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하나뿐인 아들의 결혼식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말썽을 피우는 아버지지만, 힘든 업무 수행 중에서도 아들의 결혼식을 위해 목숨 바친다는 식의 이야기는, 재미와 함께 그 대의명분을 아무도 거스를 수 없게 만든다. 주제의 정치적 올바름까지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전반부의 빛나는 재치가 후반부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앤드류 플레밍 감독은 발상의 전환에 의해 찾아낸 새로운 소재를 상업적으로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코미디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의 사돈으로 등장하는 앨버트 브룩스는 웃음의 코드를 독해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하재봉(영화평론가, 인하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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