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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세이]이사도라 던컨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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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3-01-04 13:58:00 수정 : 2003-01-04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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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히서 옮김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1878∼1927.사진)은 현대무용의 어머니로 불리는 여인이다. 발레로 상징되는 규격화된 춤사위를 과감하게 거부하고 맨발로 무대에 서서 파격적인 춤을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세기 현대무용은 사실 그녀가 뿌린 씨앗을 발아시키고 거두어내는 작업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의 영혼은 자유 그 자체였다. 세 아이를 낳으면서도 결혼으로부터 자유로웠고, 로댕과 단눈치오 예세닌 등 당대의 천재예술가들과 수많은 로맨스를 벌이기도 했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한 예술가를 긍정적으로 추켜세우기 시작하면 모든 면들이 신화적인 빛깔로 채색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던컨의 선구적인 예술이 던진 찬란한 빛은 삶과 행복하게 일치되진 않았다. 그녀의 실제 삶은 술, 급한 성격과 허영심 등으로 인해 피폐한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아이 둘은 교통사고로 잃어버렸다. 던컨에게 돈은 아무리 벌어도 늘 부족한 것이었다. 돈이 생기기만 하면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마셔야 했고, 늘 술을 끼고 살았다. 나이가 들면서는 늘 주위에 젊은 남자를 거느려야만 초조함이 줄어드는 성벽을 보이기도 했다. 던컨과 결혼했던 러시아 시인 예세닌은 반드시 그녀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던컨의 죽음 또한 드라마틱하게 비극적인 것이었다. 그녀가 상징처럼 늘 길게 두르고 다니던 빨간 스카프가 자동자 바퀴에 말리면서 목이 졸려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신은 세상을 맨발로 주유하던 겁 없는 여인을 그렇게 창졸간에 데려가버린 것이다.
그녀의 자서전 ''이사도라 던컨''(경당)은 자신의 예술과 삶을 솔직하게 기술한 책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활약하다 러시아로 넘어가기 직전까지의 삶이 던컨의 회고로 전개된다. 연극평론가 구히서씨가 옮겨낸 이 책의 특징은 러시아 이후의 삶과 던컨의 죽음까지 추가해놓은 점이다.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살피다 보면, 타고난 예술혼은 정작 당사자에게 축복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넘치는 끼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충동적인 기질은 그녀를 현대무용의 어머니로 만들었을지는 모르나 평범하고 따뜻한 일상을 박탈하는 치유불가능한 ''바이러스''였다. 팔자소관으로 돌려버리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무릇 모든 선구적 예술가들은 자신의 삶을 파괴하면서까지 극한대로 나아가는 정열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운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그들은 신도 인간도 될 수 없는 영원한 떠돌이들이다.
/조용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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