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쓰노야마 사가에의 '녹차문화 홍차문화'(서은미 옮김.예문서원)는 이런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하지만 그저 녹차와 홍차의 다른 점만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녹차를 동양문화에 홍차를 서양문화에 대입해 '차(茶)'라는 키워드 속에 숨어 있는 동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분석한다.
16세기 유럽인이 동양의 차를 처음 만났을 때 차는 단순한 음료수가 아니었다. 특히 일본의 다도(茶道)는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이 있는 고상한 문화였다. 그들은 섭취하고 모방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로서 차를 수입하려 애썼다.
영국은 차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케이스. 영국에서 차는 상류 귀족들만 마시는 고급음료에서 점차 서민들도 쉽게 마실 수 있는 애호품이 됐다.
영국 땅은 차를 재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는데도 어떻게 수많은 영국인들은 싼 음료수처럼 홍차를 마실 수 있었던 것일까. 지은이는 그 배경에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있다고 말한다. 19세기 영국은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식민지의 노동력을 착취해 차를 재배하고 헐값에 들여왔다. 영국은 차와 도자기 비단 등을 중국에서 수입해 오다 자국의 은이 모자랄 지경에 이르자 아편으로 대금을 치르고, 청나라가 이를 문제 삼자 아편전쟁과 애로호전쟁을 일으킨다.
이렇듯 지은이는 동양의 녹차문화가 예도(禮道)와 정신문화라면, 홍차문화는 완전히 다른 물질적인 자본주의 문화라고 말한다. /이창형기자 chang@sgt.co.kr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