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록음악 계의 슈퍼스타로 중국본토는 물론 홍콩 대만 등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수 최건의 최신앨범 「홍기하적단(빨간 깃발아래 알)」이 최근 일본에서도 발매돼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공산정권하에서 시 장경제체제가 서서히 정착돼 가고 있는 가운데 최건은 「자유」에 눈을 뜨게 된 중국 젊은이들의 마음이 담겨진 노래를 부르고 있다.그가 쥐어 짜는 듯한 쉰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갑작스 런 개방이다.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빨간 깃발은 아직도 휘 날리고 있으며 자주 방향을 바꾸고 있다.혁명은 계속되고 있고 노인들은 힘을 강화하고 있다.돈은 공중을 돌고 있고 우리에게는 이상이 없다. 우리의 개성은 모두 동그랗다.마치 빨간 깃발아래 알처럼…』
최건의 노래는 일본의 젊은 록가수인 오자키 유타카(미기풍·92년4월 자살)를 연상케하는 점이 있다.그는 『어른들은 자주 마음을 버리라고 말하지만 나는 싫다』,『의미없는 삶이나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꿈,사랑등에 기 대를 걸고 싶다』고 노래했다.
최건의 카세트테이프는 홍콩 대만 중국 본토등에서 해적판을 포함,1천만개가 넘게 팔렸다.황금만능주의가 판치는 일본사회의 그늘에서 자유정신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의 좌절감을 외쳤던 오자키의 노래가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오늘날 중국의 개발형 공산주의독 재체제에 반항하고 있는 최건의 음악에 동아시아의 젊은이들이 공감을 느 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86년 북경에서 개최된 국제평화기념음악 회에서 주목을 끌었던 최건의 데뷔작품인 「일무소유」(나에게는 아무 것 도 없다)는 89년 천안문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많은 대학생들이 자주 불렀던 노래다.사태가 발발하기 직전 최건자신도 천안문광장에 가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지 못해 빨간 천으로 눈을 가리고 노래를 불렀다.그후 그는 1년동안 음악활동을 금지당했으며 그의 노래도 또한 방송되지 않았 다.
최신 앨범 「홍기하적단」에 수록된 「합자」(상자)라는 곡을 통 해 최건은 천안문사태 당시 느꼈던 저항감을 다음과 같이 외치고 있다.
『나의 이상은 저 깃발에 싸여진 상자다.상자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피가 묻은 깃발은 빨갛다.따라서 승리자는 빨 간색을 좋아한다.되돌아가서 그 상자를 때려 부수자.저 깃발을 찢어버려 라.승리자에게 「너는 잘못했다」고 말해야 한다.상황은 바뀌었다고 말해 야 한다』
홍콩에서는 이 노래를 CD에 수록하지 않았다.천안문사태 5주년을 맞은 지난 6월이후 북경지도부는 사상및 표현의 자유가 민중의 반체제정신을 일깨우지 않을까 크게 우려해 그의 음악활동을 단속하고 있는데,홍콩 음악시장도 중국정부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자유정신 이 깃들어 있는 최건의 음악이 비운을 맞지나 않을지 크게 우려된다.
최근들어 북경지도부는 소연방붕괴등으로 권위가 실추된 마르크스주의의 사상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인 유교정신을 강조하 려 한다.
현재 일본 인론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문명충돌론」에 따르 면 냉전종식이후 중국은 홍콩 대만 싱가포르등 유교문명권의 중심국가로 회교문명권과 함께 「유고이슬람커넥션」을 형성해 「개인의 자유로운 인 권」을 가치관으로 하는 서구문명권과 충돌하게될 것이라고 한다.
최건 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인권」이다.자유정신에 입각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를 1천만명이 넘는 동아시아인들이 응원하고 있 다.그들의 마음은 오자키 유타카의 노래에 공감하고 있는 수십만명의 일 본 젊은세대와 같은 것이다.
문명충돌론의 가설에 대한 반증이 바로 여기에 있다.<일 사회평론가/정리=전현일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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